차액결제거래(CFD)를 앞세운 대규모 주가조작단 피해를 막기 위한 방안이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된다. 금융당국은 불공정거래에 대한 과징금 제도를 강화하는 한편 미국과 같은 내부자거래 사전 공시제를 도입한다. 또 한국거래소의 이상거래 탐지 기능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불공정거래 시스템 구축 예산 사업의 실효성도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자본시장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시 과징금을 이익의 2배로 상향하는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 입법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이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면 최대 1조원의 피해액이 추정되는 이번 사태를 맞아 과징금 2배 부과와 함께 행정처분을 위해 검찰에 자료를 요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개정안은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해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금융당국은 내부자(대주주)의 주식 매도 계획을 사전에 공시하는 제도 도입도 추진할 계획이다. 현행법에는 회사의 주요 주주가 보유주식을 장내에서 매도(블록딜 포함)할 경우 사전 공시할 의무가 없어 대량 매도에 따른 시장의 혼란과 투자자 피해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정안에는 대주주가 주식을 1% 이상 장내 매도할 경우 증권선물위원회와 한국거래소에 신고하고 사전 공시하도록 했다.
이번 사태의 이상 징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한국거래소의 감시 기능을 보완하는 작업도 이뤄진다. 주가와 거래량이 급증한 종목 집중 감시와 더불어 이상 거래 혐의가 있다고 판단되는 종목에 대한 신속한 거래 분석 및 심리 등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주가조작 등 증권 범죄에 가담한 경우 최대 10년간 증권 계좌 개설과 주식거래를 제한하고 금융·상장회사 임원으로 취직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자본시장법을 다음주 대표 발의한다.
불공정거래 감시 시스템 예산의 적정성도 도마에 올랐다. 금융위원회는 매년 불공정거래 시스템 구축에 막대한 세금을 쏟아붓고도 이번 사태를 사전에 전혀 감지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금융위가 최근 5년간 자금세탁과 불공정거래 감지, 소비자 보호 등의 목적으로 추진한 예산 사업은 총 18건으로 총 205억원이 투입됐다.
금융위는 자금세탁 위험평가시스템 구축 및 운영을 위해 2018년부터 2021년까지 4건의 사업에 총 165억8700만원을 집행했다. 금융회사의 불법 금융거래를 식별하고 평가하기 위한 목적이다. 불공정거래와 금융상품 소비자 보호 관련 사업에도 40억원을 투자했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총 12건의 사업에 총 37억5200만원을 사용했다. 금융 소비자 보호 연구를 위해서도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총 1억4600만원을 썼다.
이번 주가조작 대상 8개 종목의 이상 급등으로 지난해부터 작전세력의 개입 의혹이 제기됐지만 금융당국의 불공정거래 시스템에는 감지되지 않았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금융위는 주가조작에 따른 피해 예방 관련 사업에 막대한 자금을 썼지만 주가조작 사건으로 인한 피해는 반복되고 있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이런 사업의 적절성 여부를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만수/문형민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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