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5월 04일 15:26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크레디트스위스(CS) 사태로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우려가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자본성증권 발행을 검토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시장금리가 주춤한 가운데 고금리 크레딧물에 대한 투자심리가 살아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농협금융지주는 이달 중 최대 40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할 예정이다. 이번 신종자본증권은 만기가 30년이지만 5년 뒤 상환할 수 있는 콜옵션이 있다. 하나금융지주도 지난달 27일 열린 이사회에서 최대 4000억원어치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결의했다. 자기자본(BIS) 비율 개선 등을 위해 선제적으로 자본확충에 나선 것이다.
증권사도 신종자본증권 카드를 꺼내 들고 있다. KB증권은 이달 중 1200억원어치 사모 신종자본증권을 찍을 방침이다. KB증권 관계자는 “재무건전성 개선 측면에서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기존 신종자본증권?후순위채의 콜옵션 행사 기간이 다가오면서 차환 발행에 나선 기업들도 나타나고 있다. SK텔레콤은 이달 중 최대 40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을 발행을 검토 중이다. SK텔레콤은 2018년 6월 5년 콜옵션이 붙은 40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을 찍은 바 있다. 신한라이프생명도 오는 6월에 있을 2000억원 규모 후순위채 콜옵션 행사일을 앞두고 차환 발행을 준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는 기업의 재무 건전성 지표 산정시 일정 부분 자본을 인정되는 게 특징이다. 이를 통해 보험사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 도입에 대응할 수 있다. 금융지주와 은행은 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산정 시 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업계에서는 CS 코코본드(AT1) 상각에 따른 콜옵션 불발 우려가 점차 해소되면서 신종자본증권?후순위채 발행을 검토하는 고민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들어 DB생명, 한화생명, 부산은행 등이 신종자본증권의 첫 번째 콜옵션이 도래하자 곧바로 조기 상환을 결정했다. 콜옵션 행사 계획을 선제적으로 밝히면서 시장 불안 심리를 잠재우고 있다는 평가다. 최성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조기 상환 실시는 국내 금융기관이 발행한 자본성증권에 대한 우려를 다소 완화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긴축정책이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크레딧물에 대한 투자수요가 살아나고 있다는 것도 발행이 늘어나는 배경이다. 발행사들은 신종자본증권?후순위채의 발행 금리를 높이는 등 투자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발행된 푸본현대생명 후순위채는 금리를 연 7.2%에서 연 7.3%로 올리면서 기존 700억원에서 100억원 늘어난 800억원 증액 발행에 성공했다. 지난 4일 수요예측을 연 교보생명도 3000억원어치 신종자본증권의 희망 금리 상단을 당초 구상했던 연 5.5%에서 연 5.8%로 올려잡으면서 '완판'을 달성했다. 기관투자가와 개인투자자 등 리테일 시장의 눈길을 끌기 위해 고금리 전략을 구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신종자본증권?후순위채 내에서도 ‘옥석 가리기’가 나타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대형 증권사 채권 발행 담당자는 “신종자본증권?후순위채 중에서도 신용도가 높거나 모회사의 금융지원 등이 뒷받침되는 기업 정도만 시장의 관심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