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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산업용 가스 제조업체인 에어프로덕츠(종목명 APD)가 사업 영토를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나섰다. 산업용 가스 제조 역량을 기반으로 미래 먹거리인 수소 시장까지 선점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지난달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세일즈 외교’ 성과로 한국 투자를 결정하며 아시아 진출을 위한 포석을 깔았다.
○사우디와 ‘메가 딜’ 체결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에어프로덕츠는 전날보다 1.2% 하락한 292.63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에어프로덕츠 주가는 올해 들어 이날까지 5%가량 떨어졌지만, 지난 12개월간 24% 상승했다.
1940년 설립된 에어프로덕츠는 질소, 수소, 아르곤 등 산업용 가스를 제조하는 기업이다. 가스 생산 설비를 짓고 생산부터 유통까지 통합 공급망을 구축해왔다. 현재 50여 개국에 750여 개 가스 생산단지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달 25일에는 미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 대통령을 접견해 한국에 대한 수소 설비투자를 선언하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에어프로덕츠가 장기투자에 적합한 종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안정적으로 수익을 창출해서다. 지난 20년 동안 연평균 순이익률은 13.7%다. 같은 기간 매출 대비 자본적지출(CAPEX) 비율은 연평균 15.3%였다. 매출은 2020년 88억달러에서 지난해 127억달러로 불어났다. 평균 20년짜리 장기계약을 체결하는 인프라산업 특성을 감안하면 이례적 성과라는 평가다.
에어프로덕츠가 도약한 배경에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있다. 2015년 사우디의 아람코와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해 세계 최대 가스 생산 단지를 구축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아람코가 원재료를 제공하면, 에어프로덕츠가 이를 가스로 가공해 아람코에 제공하는 식이다. 단지는 지난해 완공된 뒤 정상 가동 중이어서 2035년까지 안정적으로 현금을 창출할 것으로 관측된다. 에어프로덕츠는 2021년엔 사우디와 세계 최대 수소 생산단지를 구축하는 계약을 맺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미래 프로젝트인 ‘네옴시티’의 일환이다. 총 50억달러를 들여 2027년까지 완공하고, 30년간 에어프로덕츠가 운영하게 된다.
○美 ESG 정책의 최대 수혜주
에어프로덕츠는 미국 수소 시장도 적극적으로 공략하며 미국 탈(脫)탄소 정책의 최대 수혜주 자리를 노리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IB) TD코웬은 ‘올해 최고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 종목’ 중 하나로 에어프로덕츠를 최근 꼽았다. 물을 전기 분해해서 나오는 ‘그린 수소’를 비롯해 화석 연료에서 생산된 ‘블루 수소’ 등 청정에너지 생산 역량이 다른 기업에 비해 탁월하다는 평가다. TD코웬은 “경쟁사보다 수소 생산 역량이 뛰어나고, 단위당 생산 비용도 계속 줄어들고 있다”고 했다.미국이 추진하는 탈탄소 정책에 가장 적합한 기업이라는 분석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청정 수소 생산 역량을 확대하기 위해 95억달러(약 12조원)를 투자하겠다고 선언했다. 에어프로덕츠는 텍사스주에 미국 최대 그린 수소 생산 설비를 짓고 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보조금과 주 정부의 지원금 덕에 건설 비용 40억달러 중 에어프로덕츠가 부담한 금액은 8억달러에 그쳤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