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제로 코로나' 철폐 이후 대기 오염 악화가 숫자로 확인되고 있다.
2일 베이징환경보호감시센터에 따르면 지난 4월 베이징에서 대기질지수(AQI) 중 '매우 나쁨' 이상을 기록한 날이 5일로 집계됐다. '나쁨'이 5일, '보통'과 '좋음'이 합해서 20일이었다. 작년 4월 베이징에서 '매우 나쁨' 이상이 없었고, '나쁨'이 5일, '보통'과 '좋음' 합계가 25일이었던 것에 비하면 AQI가 확연히 악화했다.
3월 대기질도 비슷하다. 올해는 '매우 나쁨' 이상이 2일, '나쁨'이 13일, '보통'이 14일, '좋음'이 2일이었다. 작년에는 '매우 나쁨'이 없었고 '나쁨' 3일, '보통'과 '좋음'이 14일씩이었다. 올해 3월과 4월에 작년에는 없었던 '매우 나쁨'이 다시 등장했으며 '좋음'은 대폭 감소했다. 작년 봄 베이징의 대기는 대부분 맑았지만 올해는 미세먼지로 뿌연 날과 맑은 날이 절반씩을 차지하고 있다.
AQI는 미국 환경보호국의 기준으로 미세먼지, 이산화황과 이산화질소, 오존 등 다양한 기준을 종합해 측정한다. 0~50이 '좋음', 50~100이 '보통', 100~150이 '노약자 어린이 등 특정 그룹에게 나쁨', 150~200이 '나쁨', 200~300이 '매우 나쁨', 300 이상이 '위험' 등 6단계로 구분한다. 중국도 AQI를 대기질 기준으로 쓴다.
중국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계기로 대도시 대기질 향상에 상당한 자원을 투입했다. 지난 3년간은 '제로 코로나'로 다수 공장이 생산을 중단하면서 공기가 더 깨끗해졌다. 하지만 올해 초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이후 대기질이 다시 악화하고 있다. 베이징 소재 비정부기구인 공공환경문제연구소는 "중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경기 확장을 뜻하는 50선 위로 올라선 1월부터 AQI가 급격히 내려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경제매체 차이신은 철강업계 소식통을 인용해 매년 연말 정부가 각 기업에 하달하던 배출가스 감축 목표가 작년 말에는 없었다고 전했다. 장스추 베이징대 환경학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해 중국 경제가 얼마나 타격을 입었는지 정확히 측정하긴 어렵지만, 그 때문에 환경 오염과 대기질을 개선하려는 당국의 의지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