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에 주로 발생하는 질환으로 알려진 '녹내장'이 젊은 층에서도 늘고 있다.
2일 보건의료 빅데이터 개방시스템에 등록된 안과 질환 통계(2018~2021년)에 따르면 전국에서 녹내장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의 10%가 20~30대로 집계됐다.
녹내장은 안압 상승이나 혈액 순환 장애 등에 의한 시신경 손상으로 시야가 좁아져 결국 실명에 이르는 질환이다.
보통 고혈압, 심혈관질환 등의 기저질환을 앓는 사람에게서 발병률이 높은 편이다. 다만 최근에는 젊은 층도 안심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20~30대의 경우, 고도근시가 원인이 돼 녹내장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고도근시 환자는 안구의 앞뒤 길이가 일반적인 정상 눈보다 상대적으로 길어 눈을 지지하는 구조물들의 두께가 얇고 힘도 약하다. 이러한 이유로 시신경이 쉽게 손상될 수 있다.
김안과병원 정종진 녹내장센터장은 "고도근시가 있는 눈과 정시인 눈의 시신경유두 모양을 비교했을 때 근시가 없는 눈은 동그란 도넛 모양을 하지만 고도근시가 있는 눈은 타원형으로 찌그러져 있고, 방향도 뒤틀려 있는 경우가 많다"며 "이럴 때 시신경이 손상돼 녹내장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이 밖에도 영·유아기부터 눈의 방수 배출 기능 이상으로 안압 조절이 정상적으로 되지 않는 경우나 시력교정술(라식·라섹 등)과 포도막염 등의 안질환으로 스테로이드 약물을 오래 사용하는 경우, 외상으로 눈을 다치는 경우에도 녹내장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다만 녹내장은 초기에 발견해 꾸준히 잘 치료받는다면 실명까지 가지 않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젊더라도 주기적으로 안압, 안저 검사 등 안과 진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한국녹내장학회가 추천하는 연령별 검진 주기는 40세 미만은 2~4년이고, 40세 이상~60세 미만은 2~3년, 60세 이상은 1~2년 정도다.
정 센터장은 "젊을수록 눈 관리에 소홀하기 쉽지만, 일반 건강검진에는 안저검사가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증상이 꽤 진행된 후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녹내장은 발견 시기와 대처 방법에 따라 예후가 크게 다른 만큼 조기에 발견해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