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A씨는 지난해 주행 중이던 차로에서 깜빡이를 켜고 왼쪽 차로로 진입하다가 뒤에서 달려오던 차량과 추돌했다. 차로 변경 전 뒤 차량과의 여유 공간이 충분했고 상대 차량이 일부러 가속 페달을 밟은 정황도 포착됐지만 사고 지점이 흰색 실선(차로 변경 불가)이었다는 이유로 A씨 과실이 높게 나왔다. 상대 차량 운전자를 포함해 승객 모두가 병원에 입원했고 치료비 등 명목으로 수천만원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들 일당이 과거 비슷한 사고로 보험금을 타간 사실이 확인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나섰고 보험 사기로 판명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처럼 자동차 고의 사고를 유발해 보험금을 받아간 사례가 지난해 1581건, 8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들 혐의자에게 지급된 1인당 보험금만 7700만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상대방의 과실 비율이 높은 상황에서 진로 변경 중인 차량을 고의로 접촉하는 수법이 951건(60.2%)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비보호 좌회전 차량과 고의 충돌하거나 로터리에서 진입하는 차량에 일부러 부딪치는 등 교차로 사고가 211건(13.3%)으로 2위를 차지했다. 이 밖에 후진 중인 차량을 들이받거나 신체를 고의로 갖다대는 사고(100건·6.3%), 과속방지턱 등을 이유로 급정거해 추돌을 유발하는 사고(52건·3.3%) 등도 적지 않았다.
이들은 치료 및 차량 수리 등을 이유로 보험사에 합의금과 미수선 수리비를 요구했다. 지난해 자동차 고의 사고로 지급된 대인 보험금 45억원 중 치료비, 휴업 손해, 위자료 등으로 지급된 합의금만 24억원이었다. 주로 일정한 소득이 없는 20~30대가 생활비, 유흥비 마련을 위해 친구 가족 등 지인과 사전 공모하는 사례가 많았다는 게 금감원 설명이다.
금감원은 이 같은 보험 사기 피해를 방지하려면 교통 법규를 준수하고 안전거리를 확보하는 등 방어 운전을 생활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 사기로 의심되는 교통사고를 당할 경우 즉시 경찰, 보험사에 알리고 현장 합의는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며 “현장 사진과 블랙박스 등 증거 자료 및 목격자를 확보해 차분하게 대응하는 게 좋다”고 당부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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