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이낙연(친낙)계 3선인 박광온 의원(경기 수원정)이 더불어민주당의 새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박 신임 원내대표는 앞으로 1년간 거야(巨野) 원내 지도부를 이끌며 내년 총선을 치르게 된다. 비이재명(비명)계에 쇄신과 통합을 내건 박 원내대표의 선출로 이재명 대표 중심의 당 운영은 견제를 받게 됐다.
박 원내대표는 28일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재적 의원 169명 중 과반을 득표해 새 원내대표에 선출됐다. 4명(홍익표·김두관·박범계·박광온)의 후보가 난립해 표가 분산되면서 결선 투표까지 갈 것이란 관측이 많았지만, 박 원내대표가 1차 투표에서 과반의 표를 이끌어냈다. 박 원내대표는 수락연설에서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쇄신하겠다는 의원들의 강한 의지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방송기자 출신으로, 2014년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국회에 입성했다. 경기 수원정에서 내리 3선을 했다. 2012년 대선 때 문재인 후보 캠프 공보단장을 지냈고, 지난해 치러진 대선의 당내 후보 경선 때는 이재명 대표와 경쟁한 이낙연 후보를 도와 친문(친문재인)·친낙계로 분류된다. 온화하고 차분한 성품에 여야를 가리지 않고 동료 의원들과 두루 친분이 두텁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 원내대표는 선거 기간 내내 쇄신과 통합을 강조했다. 당 쇄신을 위한 의원총회를 열어 의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겠다고 했다. 박 원내대표는 정견 발표에서 “개별 의원들의 의견을 반영하겠다”며 “강한 통합의 토대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또 “소통을 위한 보완재가 되겠다”며 “포용성과 확장성을 넓혀 통합의 길로 가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선거는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이 터진 와중에 치러졌다는 점에서 이 사안에 대처하는 당 지도부에 대한 중간 평가 성격이 강했다. 특히 팬덤 문화에 기댄 친명계 중심의 당 운영에 대한 불만이 박 원내대표 선출로 표출됐다는 분석이다. 박 원내대표는 후보 가운데 사실상 유일한 비명계였고, 홍 의원 등 나머지 세 후보는 친명계의 지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원내대표는 지난해 원내대표 선거에도 출마했지만 친명계 지지를 받은 박홍근 의원에게 밀려 고배를 마셨다. 수도권의 한 비명계 의원은 “‘이재명 방탄’ 얘기가 나올 정도로 이 대표 중심으로 돌아가던 당 운영에 대한 제동”이라고 평가했다. 다른 초선 의원은 “박 원내대표가 비명계의 의견을 지도부에 잘 전달하고 실제 의사결정에도 반영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고 했다.
한재영/설지연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