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를 발명한 오픈AI 공동 설립자 샘 올트먼은 종종 ‘핵폭탄의 아버지’ 로버트 오펜하이머에 비유된다. 극한의 파괴력을 창조했지만, 문명의 이기가 몰고 올 부작용을 앞서 걱정했다는 게 닮았다.
올트먼은 한 인터뷰에서 “챗GPT는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라고 자찬했다. 그러면서 “가짜정보 생산, 사이버 테러 등에 악용될 수 있다는 것이 우려스럽다”고도 했다. 그러나 생성형 인공지능(AI) 전쟁에 참전한 기업들의 행렬은 꿈쩍도 하지 않는 눈치다.
미국 이론물리학자 오펜하이머는 나치보다 먼저 핵폭탄을 개발하는 것이 자유세계의 이익이라고 믿었다. 정작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폭이 떨어진 후엔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수소폭탄 개발을 반대하다 소련 스파이 누명을 쓴 그는 폭발해버린 세계적 핵개발 경쟁은 막지 못했다.
인공지능의 충격파는 심대하다. 교육 현장에서부터 ‘디지털 프로메테우스의 불’이라는 말이 나온다. 공통 지식을 대량 주입하느라 ‘남북통일보다 힘들 것’이라던 개인 맞춤, 수월성 교육이 하루아침에 가능해졌다. 영어회화 수업이 예다. AI는 몇 마디 대화로 단박에 학생의 회화 능력을 가늠하고 눈높이를 맞춰 학습을 주도한다. 한 반이 30명이라면, 30명의 원어민 교사가 수준별 밀착 과외를 하는 셈이다. 학생을 교실이라는 전통적 공간, 몇 학년 몇 반이라는 획일화한 틀에 가둘 이유도 없다. 교사의 역할은 AI 운용자로 달라진다. 교육당국은 교사 선발, 양성, 재교육 등의 기본정책을 흔들어야 할 판이다. 교육 개념의 해체다.
학생은 ‘경이로운 기술’의 최대 수혜자지만, 머지않아 ‘AI 디바이드’된 무한경쟁의 외나무다리를 건너야 한다. 교육업계 관계자는 “얼마짜리 AI를 얼마나 잘 쓸 수 있느냐, 결국 경제력과 질문능력(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 실력을 결정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대학도 미래가 공포스럽긴 마찬가지다. 대량생산형 교육은 한계에 봉착한 지 오래다. 미네르바대, 싱귤래리티대 등 소수정예 ‘문제 해결사’를 길러내는 AI 기반 온라인 가상대학, 세계 최고 수준 강의를 무료로 공유하는 1인 대학이 우후죽순 생겨나는 시대다. 똑같은 졸업생을 수 천명씩 양산하는 한국식 종합대학은 수명을 다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한 수도권 대학 총장은 “두뇌에 무언가를 집어넣는 지식확장형 교육은 머지않아 종말을 고할 것”이라고 했다.
기업은 대학 간판이 아니라 ‘진짜 실력자’를 가려내기 위해 ‘역량’ 개념을 바꿔나가고 있다. “AI가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는 게 아니라 AI 활용 능력이 뛰어난 한 사람이 다른 여러 사람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일이 더 정확한 미래 모습”이라는 게 한 미래교육 전문가의 진단이다.
기술 오남용을 걱정하던 오픈AI는 최근 본색을 분명히 했다. ‘OOOGPT’를 무단으로 쓰지 못하게 한 것이다. 무료였던 챗GPT 사용료도 징수하기 시작했다. 챗GPT-5 등 상위 버전을 언제 내놓을지, 가격을 얼마만큼 올릴지는 오픈AI만이 안다. 글로벌 표준으로 등극한 지배자의 예상된 행보다.
일자리의 종말과 인간의 기술 종속을 부르짖는 이들의 저항도 거세진다. AI발(發) ‘쿠오바디스’다. 분명한 건 불가역적 흐름이다. 프로메테우스의 불이 그랬듯 혁명적 기술의 양면성은 필연이다. 서서히 분열시키면 에너지가 되지만, 폭주하면 대량살상무기가 되는 원자력의 이치도 그렇다. 누가 먼저 통제력을 거머쥐느냐가 자유의 열쇠다. 길은 뚜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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