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의성군에서 유해 조수 전문 엽사가 멧돼지로 착각해 쏜 총에 50대 남성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27일 경북 의성경찰서는 지난달 24일 오후 8시께 사곡면과 옥산면 경계 지점 한 공원 인근에서 비바크(Biwak, 텐트를 사용하지 않고 일시적으로 야영 등 노숙하는 행위)하던 A씨(59)가 엽사 B씨(61)의 총에 맞아 사망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당시 A씨는 흰 비닐을 덮고 바닥에 누워있었고, 멧돼지를 사냥 중이던 B씨는 적외선 카메라에 A씨가 가로로 길게 뜨자 멧돼지로 오인해 총을 쐈다.
총기 발사 직후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자 B씨는 '멧돼지를 놓쳤다'고 생각하고 자리를 떴고, 숨진 A씨는 나흘 뒤인 28일 오후 5시께 한 행인이 경찰에 신고하면서 발견됐다.
경찰 조사 결과, 경기도 파주 출신인 A씨는 자전거를 타고 텐트 없이 전국을 다니며 비바크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A씨 시신에서 엽총 탄환을 발견한 경찰은 폐쇄회로(CC)TV 등을 분석해 추적한 끝에 B씨를 검거한 뒤 수렵 자격증과 총기 등을 회수하고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B씨는 "총을 쏜 뒤 별다른 반응이 없어 놓쳤다고 생각했다"면서 "사람인 줄 몰랐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 역시 "B씨 휴대전화를 포렌식 한 결과 총을 쏘고도 멧돼지가 도망간 걸로 알았지, 피해자가 사망한 사실을 몰랐다"면서 "사체 은닉 정황이 전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A씨의 정확한 사망 원인에 대해서는 국과수의 회신이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