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리더의 시각
최진호 우리은행 투자상품전략부 이코노미스트
동상이몽(同床異夢) 시즌2
5월 3일 예정된 FOMC에서 기준금리 25bp 인상을 끝으로 금리인상이 종료될 것으로 기대하는 시각이 힘을 받고 있다. 나아가 금융시장은 그동안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이 가져올 수 있는 금융 불안정과 경기 침체 가능성을 높게 반영하며, 기준금리 인상 종료 이후 도래할 금리 인하 사이클을 기다리는 모습이다. 하지만 연준은 현재의 고금리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면서, 필요시 다시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도 있다는 매파적 스탠스를 유지할 것으로 보여 시장과 연준의 동상이몽(同床異夢) 시즌2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시장과 연준의 동상이몽 시즌1은 작년이었다. 2022년 3월 연준이 코로나19 이후 첫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때만 하더라도 앞으로 도래할 연준의 기준금리가 5%를 넘어갈 것으로 보는 시각은 극히 드물었다. 2022년 3~4월에 선도금리로 추정한 연준의 최종금리수준(Terminal rate)은 2023년 5월에 3%를 약간 상회하는 수준에서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1년이 지난 2023년 5월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5%가 넘어가 있고,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선을 긋고 있는 연준이 버티고 있다. 결과적으로 시장과 연준의 동상이몽 시즌1은 연준의 승리로 귀결된 셈이다. 연준과 시장은 경기침체의 심도(depth)를 서로 다르게 예상
올해는 매크로 환경이 작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작년 9%대까지 치솟았던 미국의 소비자물가는 5%대까지 낮아졌으며, 그동안 물가상승을 견인했던 주거/임대 비용과 임금상승률 등이 제자리를 찾아가려고 방향성을 선회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 변화폭이 아직 크지 않고 임금과 연동된 서비스물가가 높다는 점이 인플레이션 경계 요인으로도 남아있다. 특히 올해 상반기 물가 상승률 하락의 상당 부문이 기저효과(base effect)에 기인했기 때문에, 기저효과가 제거되는 하반기에 서비스 물가가 빠르게 낮아지지 않는다면 전체 물가상승률은 더 이상 낮아지지 않고 4~5%대에서 횡보하는 흐름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물가안정 2%를 목표로 하고 있는 연준이 연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 상당히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하는 이유이다. 이런 상황을 금융시장도 모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높아진 기준금리 수준이 경제 전반에 제약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은 부인하기 힘들다. 특히 고금리의 부작용 중에 한가지 현상으로서 은행 위기(banking crisis)가 불거졌다는 점, 그리고 과거 은행위기는 대부분 급격한 수요 위축이 동반된 경기침체(hard landing)로 이어졌었다는 경험을 고려하면, 금융시장이 연내 기준금리 인하를 예상하는 것도 무리한 기대로 보이지는 않는다. 연준과 시장의 견해 차이에서 확인할 수 있는 바와 같이, 결국 연준과 시장의 동상이몽 시즌2는 현재 나타나고 금융불안 현상과 앞으로 나타날 수 있는 시스템 리스크(system risk)가 잘 관리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시각 차이에서 기인하고 있다. 특히 시스템 리스크에 대한 관리는 경기침체의 심도(depth)를 결정짓는 핵심요인이다. 이에 대해 연준과 재무부 등 정책당국의 입장은 확고하다. 미국 은행 시스템에 대한 자신감이 내포된 주요 인사들의 발언과, 연준의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확인되는 숫자들은 급격한 경기침체(hard landing)보다는 완만한 연착륙(soft landing)을 전제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기준금리 수준을 크게 하회하고 있는 채권시장 금리와 장단금리차 역전현상은 곧 닥쳐올 급격한 경기침체(Hard landing)를 반영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2008년 서브프라임 위기 당시 25개의 은행이 파산하면서 총자산 약 3,700억 달러가 증발했던 경험이 있다. 그런데 올해 3월까지 미국에서 2개의 은행이 파산했는데 그 총자산 규모가 약 3,190억 달러라는 점에서 시장의 우려가 설명되는 부문이다. 여기에 5월 중 노이즈가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의 부채한도 이슈도 금융시장과 경제의 하방 리스크를 키우는 요인이다.
채권 자산에 대해 관심을 기울일 필요
연준과 시장의 팽팽한 줄다리기에서 동상이몽 시즌2의 결론이 어떻게 될 지 예상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현재의 상황에서 발생 가능한 시나리오와 대응전략을 다음과 같이 정리 해 볼 수 있다. 첫째, 시장이 예상하는 바와 같이 급격한 수요 위축이 동반된 급격한 경기침체(hard landing)가 발생하는 경우이다. 이 상황에서는 서비스물가의 하락도 동반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연준도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여력이 높아진다. 기준금리 인하기에는 높은 자본차익(capital gain)을 누릴 수 있는 장기채권(long duration) 매수가 유리하다. 다만 수요 위축이 동반된 경기침체에서는 기업 이익도 함께 부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주식에 대해서는 보수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2000년대 초반 닷컴버블(dot-com bubble) 붕괴 당시 미국의 기준금리가 인하(2000년 12월: 6.5% → 2002년 10월: 1.75%)되는 국면에서, 같은 기간 동안 S&P지수는 약 30% 하락했다.
둘째, 연준이 예상하는 바와 같이 완만한 경기침체(soft landing)가 진행되는 경우이다. 이 상황에서는 시장이 기대하는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이연되면서 단기금리 상승이 나타날 수 있다. 단기금리 상승기에는 채권의 이자수익(carry profit)을 누릴 수 있는 단기채권(short duration) 매수가 유리하다. 아울러 수요 위축이 급격하지 않기 때문에 기업 이익 감소 역시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아 주가의 하락폭은 제한될 것이다. 낙폭이 심했던 섹터나 종목들이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저평가 주를 중심으로 매수하는 전략도 유효할 수 있다.
현재 연준이 연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서는 일축하고 있지만, 연준의 점도표에서 시사된 2024년말 최종금리수준(Terminal rate)은 4.3%로 현재 기준금리 수준 대비 약 80~100bp 정도 낮은 레벨이다. 미국 경제가 연준의 시각대로 흘러간다고 하더라도, 결국 시기와 속도의 문제일 뿐 일정 수준의 기준금리 인하가 진행될 가능성은 충분히 열려있는 것이다. 상기 언급한 첫번째와 두번째 경우의 수에서 교집합은 채권이라는 점을 주목하고 대응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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