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숙 전 국민의힘 의원은 전세 사기 피해자에 대한 국가 보상을 주장하는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을 향해 "정의로운 척하는 것은 역겹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전 의원은 과거 더불어민주당의 임대차 3법 강행 처리에 반대하며 '저는 임차인입니다'라는 국회 연설로 유명세를 치른 인물이다.
윤 전 의원은 25일 페이스북에 "민주당과 정의당은 자신들만이 피해자 편에 선 것처럼 보증금을 보상해주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지금 목소리 높이는 이들의 면면을 보면 하나같이 3년 전 임대차법을 발의하고 게릴라전처럼 통과시키면서 환호했던 이들"이라고 적었다.
윤 전 의원은 "이들은 멀쩡했던 전세시장을 본인들이 망쳐놓았다는 사실은 쏙 빼고, 저금리 때문에 전셋값이 올랐고, 금리가 오르면서 다시 급락했을 뿐, 시장이 요동친 결과라고 오리발을 내밀고 있다"며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이들은 피해 본 젊은이들 각자가 자기 투자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해야 한다"고 했다.
윤 전 의원은 "지금 핵심은 이번 전세 사기가 그동안 끊임없이 존재해왔던 전세 사기나 보이스피싱과 얼마나 다르냐는 것"이라며 "일단 피해 범위와 규모가 압도적이다. 정부가 매입임대 20년 거주권과 경매 시 우선매수권을 통해 피해자들이 길에 나앉지 않도록 보장하겠다는 것은 이 사건이 규모 면에서 사회적 재난이기 때문에 정부가 '구제' 노력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윤 전 의원은 "지금 민주당과 정의당이 사기 피해를 정부가 세금으로 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전세 사기는 보이스피싱과 완전히 다르며, 정부의 정책 실패가 원인이기 때문에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과 같다"며 "사실 2020년 임대차법 통과 직후부터 전셋값이 폭등했고 그 민심을 달래려 (이후 갭투자의 온상이 된) 전세대출이 2019년 100조원에서 불과 2년 만에 200조원을 돌파했으니 이 사태의 주범이 임대차법과 그 뒤를 이은 대출 정책이라 주장할만하다"고 했다.
그는 "그런데 왜 정책 실패의 주범인 본인들의 반성은 없을까. 자신들의 실패를 인정하고 사죄를 구하지 않는 것은 이 사건이 사회적 재난이라는 것 자체를 부정하는 것과 같다"며 "그러면서도 전세 사기 피해를 정부가 보상해야 한다며 정의로운 척하는 것은 역겹다. 시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공부도 하지 않고 입법 절차도 무시하면서, 엉터리 법을 만들고 엉터리 대책으로 틀어막은 결과가 이번 사태"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피해자 본인들이 아무리 조심했어도 걸려들 수밖에 없는 배경을 정부가 만들고 방치했다는 비난이 거세지만, 모든 사기 사건을 세금으로 보상할 수 없다는 반대 여론도 만만찮다"며 "임대차 3법 찬성한 의원들의 세비도 몰수해 전세 사기 피해자 지원금으로 써야 한다. 징벌적 손해배상은 바로 이 두 정당에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민주당과 정의당은 전세 사기 피해자가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등이 채권을 매입해 세입자에게 피해 금액을 먼저 보상한 뒤 경매·공매·매각 등을 통해 투입 자금을 회수하는 내용의 특별법을 추진하고 있다. 이른바 국가의 '선(先) 지원 후(後) 구상권 청구'를 주장하는 것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전날 "초부자들을 위해 수십조원씩 세금 깎아줄 돈은 있어도 전세 세입자들을 위해 공공 매입할 돈은 없다는 말인가"라고 했다.
하지만 정부는 이같은 야당의 방침에 반대하고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전날 인천시 전세피해지원센터를 찾아 "전반적인 사기 범죄에 대해 앞으로는 국가가 떠안을 것이라는 선례를 대한민국에 남길 수는 없다"며 전세 사기 피해 보상에 대한 국가의 직접 지원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원 장관은 "안타깝고 도와주고 싶어도 안 되는 것은 선을 넘으면 안 된다"고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