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전 6시40분 김포골드라인 걸포북변역에서 도보로 4분 떨어진 곳에 있는 걸포마루공원 정류장. 버스 6대 중 3대는 경기도 시내버스의 대표 색인 초록색이 아닌 노란색, 빨간색, 하늘색 전세버스였다. 한 시민은 평소처럼 초록색 70번 시내버스에 탑승하려고 했지만 버스 기사는 맨 앞에 있는 하늘색 버스를 타야 한다고 손짓했다. 자세히 보니 하늘색 버스에도 ‘70번 버스’라는 푯말이 붙어 있었다.
11일 두 칸 짜리 경전철 김포골드라인 열차에서 승객 3명이 호흡 곤란으로 실신하는 등 김포골드라인 혼잡률이 평균 242%, 최대 289%에 달하자 김포시가 서둘러 대책을 내놨다. 걸포북변역~김포공항역 구간까지 김포골드라인 지하철과 운행 구간이 겹치는 시내버스 70번 운행 횟수를 늘린 것이다. 이날 김포시가 투입한 전세버스를 타보니 시민들은 홍보만 잘 되면 지하철 밀집도 문제는 다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포시는 이날부터 전세버스 8대를 투입해 김포골드라인 대체 노선인 70번 버스 배차간격을 15분에서 5분까지 단축하기로 했다. 전세버스는 출근 시간대인 오전 6시 45분부터 1시간가량 운행한다. 김포 걸포마루공원역에서 출발해 걸포북변역, 풍무역, 고촌역, 개화광역환승센터를 거쳐 김포공항역까지 가는 노선이다.
버스 유리창에 ‘70번’이라는 푯말을 붙인 45인승 전세버스는 아침 6시45분께 출발할 예정이었다. 이른 시각부터 도입한 탓이었는지 버스를 이용하려는 시민이 예상보다 적어 7시5분께야 첫 버스가 승객 8명을 태우고 출발할 수 있었다. 한국경제신문 취재진은 승객 11명을 태운 세 번째 버스에 탑승했다. 버스는 7시15분에 출발했다. 김포골드라인 역이 바로 있는 걸포북변역에서 탑승한 사람은 0명, 약 8분 뒤 두 번째 정류장인 풍무역에 도착하자 9명, 7분 뒤 도착한 고촌역에선 추가로 11명이 탑승했다. 정차하는 정류장 마다 지하철 역이 가까이 붙어 있었다.
속도는 아쉬웠다. 지하철로 20분이면 가는 걸포북변역~김포공항역 구간을 버스로는 40분 이상 걸려서야 갔다. 버스는 김포아라대교 버스 전용차로로 5분 가량 달리다 김포IC 부근 교통체증이 시작되는 구간에서 멈춰섰다.
지하철을 두고 버스를 택한 승객들은 ‘속도’ 대신 편안함을 택한 이들이었다. 마포역으로 출근하는 직장인 최환규(50)씨는 “급할 땐 근무지에 늦지 않기 위해 지하철을 타지만 평소엔 편하게 앉아서 가고자 버스를 이용한다”고 전했다. 거점지인 걸포마루공원 정류장에서 탑승한 임모씨(52)도 “풍무역에서 (지하철)골드라인 타고 다녔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1달 전부터 탑승 포기”했다고 했다.
이날 만난 시민들은 대체로 김포시가 내놓은 대책을 잘만 홍보하면 김포 골드라인 밀집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직장인 양예지(35)씨는 “전세버스 투입 소식도 홍보가 되면 지하철 타던 사람들이 버스 쪽으로 분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고 신모씨(42)도 “버스 전용차로가 새로 생기면 버스로 출근하는 시간이 단축될 수 있을 것”이라며 김포시의 대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골드라인은 여전히 '지옥철'
반면 김포골드라인으로 몰리는 수요를 분산시키는 데엔 역부족이란 평가도 나왔다. 비슷한 시각 김포골드라인은 여전히 ‘초만원’ 상태였다. 8시 20분께 김포공항역에서 내린 20대 여성 승객이 어지럼증을 호소하면서 현장에 있던 소방대원의 응급처치를 받았다.이날 버스에서 만난 최씨는 “김포 시민들이 궁극적으로 버라는 건 지하철 5·9호선 연장”이라고 힘줘 말했다. 김포골드라인 대체 버스인 70번 버스 등 다른 교통수단으로 지하철 이용객을 분산시키는 건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의미다.
이번 대책 의도대로 지하철 수요를 버스로 분산시키기 위해선 전용차로 신설도 시급해보였다. 시는 개화역~김포공항역까지 이어지는 750m 구간을 2차로에서 3차로로 확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교통체증이 없을 땐 5분만에 가는 구간을 이날은 10분만에 간신히 갈 수 있었다. 다만 개화사거리와 김포공항 사거리 등 신호등이 있는 교차로를 두 번 지나야 해서 버스 전용차로가 생겨도 소요시간이 1~2분 단축되는 수준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포시 관계자는 이번 70번 버스 증차를 두고 “속도보단 지하철과 똑같은 정시성을 확보하기 위해 전세버스를 서둘러 투입했다”며 “5월엔 걸포북변역에서 김포공항역으로 직행하는 버스도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와 경기도는 도로상황을 개선하는 대로 예산을 반반씩 부담해 직행버스를 운행하기로 했다.
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