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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줄타기 외교' 접나…"美와 밀착으로 얻을 실익 더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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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한·러 관계가 급랭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다음주 미국 국빈 방문을 앞두고 최근 로이터통신과 한 인터뷰가 발단이 됐다. 윤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민간인 대량학살 등을 전제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가능성을 시사했다. 대만 해협의 긴장 상황과 관련해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절대 반대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러시아와 중국은 발언 수위를 높이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외교가는 이번 인터뷰로 정부가 4강 외교에서 전통적으로 취해온 ‘전략적 모호성’을 완전히 탈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 러시아, 중국과의 긴장 고조로 받게 될 손실보다 국빈 방문 전 러브콜을 보냄으로써 미국으로부터 얻어낼 실익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는 분석이다.
◆공급망 재편에 따른 실리외교
친강 중국 외교장관은 21일 “(대만 문제에서) 불장난을 하는 자는 반드시 스스로 불에 타 죽을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지난 19일 “무기 공급 시작은 특정 단계의 전쟁 개입을 간접적으로 뜻한다”고 했다.

외교가에서는 중국과 러시아의 격앙된 발언에 대해 예견된 반응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의 인터뷰 발언도 계산된 것이라는 뜻이다. 미국이 최근 반도체법,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에서 자국 우선주의를 내걸고 있어 양보를 얻어내려는 포석이란 분석이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한·미는 방미 기간 반도체, 배터리 등 기술 분야에서의 파트너십 확대를 추진한다.

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지난해 공개된 한국판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중국을 ‘주요 협력국가’로 규정한 것에 대해 미국은 의구심을 품고 있다”며 “한국이 반도체 등 미국이 민감하게 보는 분야에서 협력해야 한다고 (대통령실이) 판단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이 공약으로 제시한 글로벌 중추 국가 외교 전략과 맥락을 같이한다는 분석도 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우크라이나 전쟁 등은 국제 보편적 가치에 위배되기 때문에 세계 컨센서스를 따라야 한다”며 “(대통령이) 미국과 공조하는 메시지를 냄으로써 방미 시 북핵 관련 문제에서 실익을 얻을 수 있다”고 풀이했다.
◆“중장기적으로 기업 불확실성 사라져”
러시아 및 중국과의 갈등으로 한국이 겪을 수 있는 손실을 무시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있다. 한국은 지난해 2월 미국이 주도한 대러 제재에 참여해 그해 3월 러시아로부터 ‘비우호국’으로 지정됐다. 오선근 재러시아 한국경제인협회 사무국장은 이날 한 라디오방송에서 “비우호국 지정 이후 (러시아) 현대, 삼성, LG 등 생산시설을 운영하는 기업들의 어려움이 컸다”며 “적대국으로 지정될 경우 타격은 엄청날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은 ‘외교적 자충수’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윤 대통령의 발언은 한국과 러시아 관계에 격랑을 몰아오고 있다”며 “실제 무기 지원이 이뤄진다면 파장과 충격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방미 기간 한국이 우크라이나·대만 문제 등을 협상카드로 사용해 경제적 실익을 얻어내는 데 집중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이미 중국·러시아는 우리(한국)가 미국 중심 진영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 전략적 모호성의 실효성이 없다”며 “중국·러시아와의 마찰도 중장기적으로 보면 기업의 경영상 예측 불가능성이 사라지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동현/맹진규 기자 3co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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