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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철의 글로벌 북 트렌드] 어떤 계급으로 태어날지 모른채…사회를 다시 만든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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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롭고 정의로운 사회’는 전 세계 모든 민주주의 지도자가 원하고 바라는 목표다. 하지만 ‘자유’와 ‘정의’라는 가치는 자주 상충하며, 한 가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다른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일종의 딜레마와 같다.

공정한 세상을 만드는 방법에 대해 고민했던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정치철학자 존 롤스는 ‘무지의 장막(Veil of ignorance)’이라는 혁명적인 사고 실험을 통해 자유와 정의가 보장되는 공정한 사회에 대한 바람직한 해결책을 찾고자 했다. 만일 당신이 어떤 사회 공동체를 구상한다고 가정해 보자. 당신은 자신이 그 사회 공동체에서 어떤 존재가 될지 모른다. 부자가 되거나 가난한 사람이 될 수도 있고, 여자이거나 남자일 수 있고, 백인이거나 또는 흑인일 수도 있다.

당신은 이런 상황에서 어떤 사회 공동체를 만들고 싶을까? 롤스는 사회적 배경을 알지 못하는 ‘원초적 상황’에서 사회계약을 하게 될 때, 누구든 ‘최소 수혜자’나 ‘사회적 약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하면서 사회를 설계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영국에서 출간되자마자 주요 서점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른 <자유와 평등(Free and Equal)>은 정치철학자 롤스의 우아한 사고 실험으로 독자를 초대한다. 런던정경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경제학자이자 철학자인 대니얼 챈들러는 오늘날 우리 세계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불평등과 환경 파괴 등 여러 위기에서 탈출하는 방법은 롤스를 재발견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재능, 부, 성별, 인종 등이 모두 가려진 무지의 장막 뒤로 우리를 데려다 놓으며 그런 상황에서 과연 어떤 결정을 할 것인지 상상해 보자고 제안한다. 인간적이고 평등한 자유주의에서 출발해 우리 사회를 근본적으로 더 나은 방향으로 안내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사례들을 소개한다. 세계에 만연한 정치 냉소주의를 극복하고 새로운 희망과 가능성을 써 내려갈 수 있는 청사진을 펼쳐놓는다.

재산이나 소득, 고용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사람에게 지급되는 보편적 기본소득, 현재 영국 국민 소득의 약 33%에 해당하는 세금을 45~50%로 올리는 과감한 증세, 사립학교 폐지 등 책에는 공정한 사회를 위한 다소 도발적이고 유토피아적인 저자의 구상들이 소개된다. “낮은 세금은 성장을 촉진하고 높은 세금은 성장을 억제한다고들 말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벨기에, 덴마크, 핀란드는 전체 세율이 10~15%포인트 더 높음에도 불구하고 1960년대 이후 미국과 비슷한 장기적인 경제 성장을 경험했습니다.”

저자는 우리가 알고 있던 경제 상식에서 과감히 벗어나 이제는 완전히 새로운 경제 프로그램을 설계해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자신의 주장이 현실에서 모두 받아들여질 수 없다는 것을 잘 알지만, 새로운 논의의 시작을 위해 유토피아적인 아이디어를 가감 없이 소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한다.

“이 책은 환상적인 책입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평등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공론화에 참여할 철학자가 필요합니다. 책에서 저자는 야망 있는 평등주의 의제에 대한 도덕적 근거를 제시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실천하기 위한 로드맵을 소개합니다. 반드시 읽어야 할 책입니다!” <21세기 자본>을 쓴 토마 피케티가 <자유와 평등>에 남긴 추천사다.

홍순철 북칼럼니스트·BC에이전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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