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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정체됐던 韓 수출…'반도체 착시' 사라지니 문제 드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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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이 7개월째 뒷걸음질 치는 건 ‘반도체 한파’ 영향이 크지만 그에 못지않게 한국의 ‘수출 체력 저하’도 심각한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반도체 호황 덕에 10여 년간 가려져 있던 문제가 최근 부각되고 있을 뿐이란 것이다. 특히 중국과의 기술 격차가 좁혀지면서 그동안 수출시장에서 한국이 ‘우위’에 있던 제품이 ‘경합’ 구도로 바뀌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는 것도 한국의 수출 실적이 악화되는 요인으로 꼽힌다.
◆7개월째 수출 뒷걸음
21일 관세청에 따르면 수출은 지난달까지 6개월 연속 감소했다. 4월에도 20일까지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11% 줄어들었다. 지금 추세라면 7개월 연속 마이너스가 유력하다. 수출이 7개월 이상 감소한 건 반도체 경기 둔화와 미·중 무역분쟁이 불거진 2018년 12월~2020년 1월 이후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세계 6위 수출 강국이지만 최근 10년가량을 놓고 보면 수출이 정체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무역협회와 전국경제인연합회 자료를 통해 동아시아 4개국 수출을 살펴보면 2012년 5479억달러였던 한국의 수출액은 지난해 6836억달러로 24.3% 늘었다. 연평균 2.43% 증가했다.

반면 이 기간 대만은 2167억달러에서 4779억달러로 수출이 120.5% 늘었다. 한국보다 훨씬 덩치가 큰 중국도 이 기간 수출을 2조501억달러에서 3조6045억달러로 75.8% 늘렸다. 한국은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인데, 수출 활력이 중국 대만보다 떨어지는 것이다. 한국은 일본(-6.5%)만 제쳤을 뿐이다.

세계 수출시장에서 한국의 점유율도 하락했다. 이 기간 한국의 수출시장 점유율은 3.0%에서 2.7%로 낮아졌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2.6%) 후 최저다. 이에 비해 중국은 11.3%에서 14.6%로, 대만은 1.2%에서 1.9%로 점유율이 높아졌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최근 10년간 반도체 외 수출은 정체돼 있었으나 반도체 호황으로 주목받지 못했다”며 “그동안 한국 기업들은 인건비와 토지비용이 오르며 가격 경쟁력을 상실했고, 기술 경쟁력에서도 다른 나라에 바짝 쫓기거나 뒤처졌다”고 말했다.
◆中과 기술 격차 축소
전문가들은 특히 중국 기업들의 부상을 우려하고 있다. 무역협회가 2011~2021년 한·중 산업의 경쟁 관계를 분석해보니 첨단산업에서마저 한국과 ‘경합’ 관계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엔 ‘상대적 경쟁우위’였지만 상황이 바뀐 것이다.

유정주 전경련 기업제도팀장은 “중국이 첨단산업에선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중국 정부가 기업들에 대규모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기술력이 상당히 올라왔다”며 “반도체만 하더라도 낸드플래시는 중국 기업 기술력이 한국 기업을 위협할 정도”라고 지적했다. 실제 전경련 조사에서도 전자기기(반도체 포함) 부문에서 한국의 수출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5.9%로 중국(26.6%)은 물론 대만(6.5%)에도 뒤졌다.
◆“유망 산업 집중 투자해야”
게다가 미국, 유럽 등이 ‘공급망 재편’에 나서면서 한국 기업들의 수출 입지는 더 좁아지고 있다. 수출보다 해외 현지 생산을 늘려야 할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해에만 한국의 해외 직접투자액이 771억7000만달러로 외국인의 한국 직접투자액(304억5000만달러)의 2배가 넘었다. 규제 완화 등을 통해 한국의 투자 매력을 높이지 않으면 이런 추세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 홍지상 한국무역협회 연구위원은 “유망 산업이 보인다면 정부가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대규모 선행 투자를 해야 나중에 세계 시장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신 교수도 “전략적으로 요구되거나 향후 20년 유망할 것 같은 산업에 우선순위를 두고 큰 자금을 몰아주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지나치게 여러 분야에 정부가 투자하려고 하면 한 분야에 돌아가는 투자금이 적어질 수밖에 없고 이도 저도 아닌 결과만 나오게 된다”고 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내 최초로 도심 자율주행을 시연한 스타트업도 규제에 막혀 미국으로 나갔다”며 “한국이 고부가가치 기술을 키우려면 대대적인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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