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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만에 대만에 밀린 한국"…역습 발판 놓는 삼성전자 [김익환의 컴퍼니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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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TSMC 창업자 모리스 창 회장은 삼성 반도체 공장을 돌아보고 말문이 막혔다. 2000년과 2004년 세계반도체협의회 참석을 위해 방한한 그는 드넓은 삼성전자 공장 규모에 놀랐다. 당시 방문을 계기로 TSMC가 파운드리에 전념했다는 일각의 분석도 있다. 단순 반도체 생산 사업으로는 삼성전자를 넘어서기 어려울 것이란 계산에서다.

심기일전한 TSMC 최근 실적은 삼성전자를 추월했다. 지난해 한국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대만에 밀린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50조원대 설비투자를 바탕으로 TSMC를 재차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TSMC의 올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6% 늘어난 21조8700억원(5086억3297만대만달러)로 집계됐다. 이 회사 매출은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 매출(14조~15조원 추산)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TSMC는 지난해 3분기에 처음 삼성전자를 넘어섰고, 올 1분기까지 세 분기 연속 삼성전자를 압도했다. 올해 1분기에는 매출에 이어 영업이익도 모두 TSMC에 밀린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의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3만2661달러)이 20년 만에 대만(3만3565달러)에 역전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두 회사가 각국의 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높아서다.

하지만 변수가 있다. TSMC의 설비투자가 저조해질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올해 최대 47조5200억원(360억달러)의 설비투자에 나설 계획이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현금 사정이 팍팍하다. 이 회사의 지난 3월 말 현금성자산은 66조9800억원(1조5892억대만달러)에 달했다. 보유현금의 70.9%를 투자하겠다는 의미다.

이 회사의 올 1분기 잉여현금흐름(FCF)은 3조6000억원(827억4000만대만달러)로 지난해 4분기에 비해 44.8%나 감소했다. FCF는 벌어들인 현금에서 투자비, 세금, 배당 등을 빼고 기업 손에 쥐는 돈을 뜻한다. 이처럼 나빠진 현금창출력은 설비투자를 옥죌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만 매체 등에 따르면 TSMC가 올해 설비투자를 삭감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올해 50조원에 달하는 설비투자를 흔들림 없이 진행할 계획이다. 올해 편성한 설비투자 가운데 10조~15조원을 파운드리에 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삼성전자도 TSMC처럼 현금 사정이 좋은 편은 아니다. 올 1분기에 영업이익으로 6000억원을 올려 전년 동기 대비 95.8%나 감소했다. 하지만 쌓아 놓은 현금이 상대적으로 넉넉한 편이다. 지난해 말 현금성자산은 115조2272억원에 달했다. TSMC 보유금액의 두 배에 육박했다.

넉넉한 현금을 바탕으로 투자를 진행해 TSMC 파운드리와의 격차를 좁힐지 관심사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시장조사업체인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TSMC가 58.5%로 1위다. 그 뒤를 삼성전자(15.8%)가 쫓고 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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