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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가스료 인상 불가피하다"면서도…당정 또 결정 미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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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여당이 20일 “전기·가스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면서도 인상 결정을 미뤘다. 올 2분기 전기·가스요금 결정을 위해 이날까지 모두 네 차례 머리를 맞댔지만 또다시 이렇다 할 결론을 끌어내지 못했다. 당정은 대신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가 먼저 자구 노력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에너지업계에선 특히 지난해 32조원 넘게 영업적자를 낸 한전의 투자 여력이 축소되면서 에너지 생태계 전반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당정 네 차례 회의에도 또 결론 유보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원회 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당정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전기·가스)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에 대해서 이견은 없다”면서도 “요금 문제는 국민들의 고통 분담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전기·가스요금 결정 시점에 대해선 “여건의 문제”라며 “시점에 대해선 (간담회에서) 말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전만 해도 방만 경영을 통해 적자를 키워놓곤 ‘요금 안 올려주면 다 같이 죽는다’는 겁박성 여론몰이만 하고 있다”며 “국민들에게 요금을 올려달라고 하기 전에 한전과 가스공사도 뼈를 깎는 구조조정 노력을 해달라고 여러 차례 촉구했지만 아직 응답이 없어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또 “한전 직원들이 가족 명의로 태양광발전 사업을 하고, 한전공대에 수천억원을 투입했으며, 내부 비리 감사 결과를 은폐했다”며 “온갖 방만경영과 부패로 적자를 키웠지만 어떤 반성도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요금 인상을 미루면서 한전과 가스공사를 때린 것이다.

정부와 여당이 이날 결정을 미루고 결정 시점도 못 박지 않으면서 전기·가스요금 인상이 다음달로 넘어갈 것이란 관측이 커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24~30일 미국을 국빈 방문하는 만큼 당정의 전기·가스요금 결정도 그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당정이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강조한 만큼 한전과 가스공사가 추가 자구책을 내놓기 전엔 전기·가스요금 인상이 힘들 것이란 분석이 많다. 한전과 가스공사는 임금 동결과 성과급 반납 등이 포함된 자구책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가스공사 재무구조 악화 불가피
하지만 현재 한전과 가스공사의 재무구조는 자구 노력만으로 개선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한전은 2021년 5조8500억원의 영업적자를 냈고, 지난해에는 영업적자가 사상 최대인 32조6500억원에 달했다. 올해도 증권사들은 한전이 10조원에 육박하는 적자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한전의 부채 비율은 2021년 223%에서 지난해 459%로 껑충 뛰었고 올해도 높아질 전망이다.

자금난에 빠진 한전은 회사채 발행으로 연명하고 있다. 작년에만 31조8000억원의 한전채를 찍어낸 한전은 올 들어서도 지난 19일까지 9조3500억원어치를 발행했다. 전년 동기(8조4500억원) 대비 더 늘었다.

가스공사도 가스요금을 제때 올려받지 못하면서 미수금(요금 억제로 받지 못한 돈)이 지난해 8조6000억원에 달했고 1분기 말엔 12조원까지 불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한전의 경우 적자 누적으로 제때 필요한 투자를 못 하면서 전력망이 노후화되고 최악의 경우 블랙아웃(대규모 정전)이 발생할 위험도 커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전기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한전은 송·배전망 투자예산(2022~2026년)을 기존 계획보다 2조700억원가량 줄였다.

이날 당정 간담회에 참석한 전기협단체들도 “한전의 전력계통망 유지·보수 예산 감축으로 송·배전망이 노후화되고 정전 등 국가 재난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며 “에너지 생태계 붕괴를 막는 합리적 전기요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슬기/고재연 기자 surug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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