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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신용자가 이자 더 내"…주담대 '금리 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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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점수가 높은 대출자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신용도가 낮은 대출자보다 높게 책정되는 ‘금리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신용도와 대출금리는 반비례 관계지만 주담대 시장에선 반대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당국이 부동산시장 활황기에 강력한 대출 규제에 나선 결과 은행들이 개인의 신용도를 따져가며 주담대를 취급할 이유가 줄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취약 차주에게 더 낮은 금리 적용

20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은행 모두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내줄 때 신용점수(KCB 기준)가 높은 차주에게 평균적으로 더 높은 금리를 책정한 구간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민은행은 지난 2월 취급한 주담대 가운데 신용점수가 가장 높은 951~1000점 차주에게 연 4.90% 금리를 적용했다. 반면 신용점수가 한 단계 낮은 901~950점 대출자에겐 주담대 금리를 0.01%포인트 낮은 연 4.89%로 정했다. 취약 차주에 해당하는 601~650점(연 4.87%) 대출자 금리도 최고 신용점수 차주보다 낮았다. 통상 KCB 신용점수가 700점 이하인 개인은 ‘저신용자’로 분류된다.

농협은행도 같은 기간 신용점수 951~1000점에 속하는 차주에게 평균 연 4.56%로 대출을 내줬는데, 한 단계 아래인 901~950점 차주에겐 0.03%포인트 낮은 연 4.53%의 주담대 금리를 적용했다. 신용점수가 가장 낮은 ‘600점 이하’ 주담대 금리(연 4.59%)를 한 단계 위인 ‘601~650점’ 차주에게 적용한 연 4.62%보다 낮게 책정하기도 했다.

하나은행은 최저 신용점수(600점 이하) 차주에게 내준 주담대 금리가 연 4.60%로 최고 신용점수인 951~1000점 차주의 주담대 금리(연 4.62%)보다 더 낮았다. 신한은행은 751~800점(연 5.08%) 구간과 701~750점(연 4.99%) 구간 사이에서 주담대 금리 역전 현상이 발생했다. 우리은행도 901~950점(연 5.27%) 차주에게 851~900점(연 5.25%) 차주보다 높은 주담대 금리를 부과했다.
○“담보물 있어 부실 가능성 낮아”
금리 역전 현상이 은행을 따지지 않고 보편적으로 벌어지는 가장 큰 원인은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 때문이라고 금융권은 보고 있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제한 등으로 은행은 주택 시세보다 적은 금액을 빌려주고 있다. 차주가 대출금을 갚지 않아도 돈을 떼일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얘기다.

담보물인 집을 경매로 넘겨도 대출금을 충분히 회수할 수 있으니 주담대를 취급할 때 개인의 신용점수를 반영할 필요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국민은행은 주담대 금리를 책정할 때 차주의 신용도를 반영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국민은행은 최고 신용점수(951~1000점) 차주의 주담대 금리(연 4.90%)가 주담대를 받은 전체 차주의 평균 금리(연 4.89%)보다 높다. 하지만 개인 신용도를 반영하지 않을 경우 향후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면 부실 대출이 급증해 은행 건전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은행이 대출 금리를 산정할 때 신용도뿐만 아니라 해당 은행 예·적금 가입 여부와 계열사 카드 실적 등을 따지는 점도 주담대 금리와 신용점수가 반비례 관계를 갖지 않는 원인으로 꼽힌다.

한 시중은행 여신담당 임원은 “신용점수가 높은 고소득자는 예·적금에 가입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신용점수가 낮은 차주의 금리가 오히려 낮은 사례도 종종 있다”고 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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