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월렛은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가 구주 인수를 통해 2.5%의 자사 지분을 취득했다고 20일 밝혔다. 벤처캐피털(VC) 업계 관계자는 "지난달 트래블월렛이 200억원 규모로 진행한 시리즈 C 라운드에 총 600억원이 몰리면서, 기존 투자자가 구주를 10% 비싼 값에 팔고 나갔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신주 발행을 최소화하는 대신, 기존 투자자들의 구주 거래를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주가치를 극대화한다는 방침이다. 앞으로 3~4건의 구주 거래가 대기하고 있어 트래블월렛 주식의 유동성은 계속해서 높아질 예정이다.
"구주 거래만으로 기업가치 상승 증명"
비상장 주식 투자의 최대 단점 중 하나는 상장 전까지 지분 매각이 힘들다는 점이다. 최근엔 고금리 여파로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되면서 유명 스타트업의 구주가 '반값'에도 거래가 되기 힘든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트래블월렛 구주가 할증된 가격에 거래되고 있는 것은 이례적이다. 김형우 트래블월렛 대표는 “스타트업이 대부분 신규 투자유치를 통해 기업가치를 상승시키는 경향이 있으나 트래블월렛은 시장에서 평가받는 구주 거래만으로 기업 가치가 유의미하게 상승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예정"이라고 말했다.
트래블월렛 구주가 인기를 끄는 것은 회사 실적이 상승세에 올라탔기 때문이다. 트래블월렛의 1분기 매출은 지난해 대비 10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3분기 이익도 흑자로 전환했다.
트래블월렛은 해외여행이나 해외직구 시 결제 및 환전 수수료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글로벌 지불결제 서비스를 제공한다. 트래블월렛 앱을 통해 38개국 통화로 환전해 전 세계 1억 곳의 비자(VISA) 온오프라인 가맹점에서 편리하게 결제할 수 있다. 결제 수수료는 무료다. 환전 수수료는 달러 및 유로, 엔화는 무료이고, 그 외 통화는 국내 최저 수준이다.
해외여행 '필수템'에서 B2B 솔루션까지
2017년 설립한 트래블월렛은 2020년 비자카드 발급 라이선스를 취득했다. 아시아 핀테크 플랫폼 가운데 최초다. 현재 직원 수가 50명이 넘는다. 김형우 대표는 삼성자산운용 글로벌 펀드매니저, 외환리스크 관리 책임자로 일했으며, 국제금융센터 외환 파생상품 전문 연구원을 지낸 외환 운용 전문가다.트래블월렛은 외화 환전·결제를 넘어 해외송금, 해외직구, 여행 제휴 혜택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트래블월렛이 출시한 외화 결제 서비스 트래블페이 카드는 최저 환전 수수료를 무기로, 해외여행과 해외직구의 '필수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다음 달엔 비자와 공동으로 클라우드 기반 기업용(B2B) 지불결제 솔루션을 출시한다. 지불결제뿐만 아니라 계좌 기반 월렛 서비스, 입출금 및 자산관리 등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클라우드 기반으로 제공해, 페이먼트 사업에 진출하고자 하는 국내외 기업들이 초기 비용 투자 없이 지불결제 사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계획이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