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정치권이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의 극단적 선택 이후 불거진 전세사기 피해 대책 마련에 전방위로 나서고 있다.
정치권은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해 대상 주택을 공공기관이 매입하거나 피해자에게 경매 우선권을 주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피해자 거주 주택에 대한 경매 유예 조치를 자율적으로 취하는 등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공공매입이나 우선매수권 부여 추진”
19일 업계에 따르면 여당인 국민의힘은 전세사기 피해 예방·구제를 위한 ‘전세사기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당정 협의를 열어 해결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20일엔 당정협의회를 통해 국토교통부로부터 전세사기 범죄 현황을 보고받고, 피해자 구제·예방책도 논의하기로 했다.여당은 전세사기 피해자 구제를 위해 피해 주택을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이 공공매입하거나 피해자에게 경매 우선 매수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피해 임차인(세입자)이 일부를 부담하면 정부가 부족한 부분을 채워서 매입하는 방식의 공공매입이 우선 검토 대상이다. 우선 매수권 부여는 경매에 나온 피해자 거주 주택에 대해 피해자가 해당 주택을 우선적으로 사들일 권리를 주는 것이다.
이날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전세 피해자 보호를 핵심으로 하는 ‘지방세기본법 개정안’을 국민의힘 의원 48명의 서명을 받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전셋집이 경매·공매되는 경우 재산세 등 지방세보다 세입자 임차보증금을 먼저 변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전세사기 피해자 구제에 한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관계자는 “임대차 종료 후에도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에는 한국자산관리공사 등이 채권 매입 후 피해 금액을 선보상하고 채권매입기관이 경매, 공매, 매각 절차에 착수해 회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소액 임차인 범위를 확대하고 최우선 변제금액을 대폭 상향한다”고 했다.
○6개월 이상 경매·매각 유예하기로
금융당국도 전세사기 피해자 구제책을 내놨다. 금융감독원은 모든 금융권과 전세사기 피해자의 거주 주택에 대한 경매·매각을 6개월 이상 유예하는 조치를 추진할 계획이다. 또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로 확인된 2479가구 중 은행권·상호금융권 등에서 보유 중인 대출분에 대해 20일부터 즉시 경매를 유예하도록 협조를 구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국토부로부터 전세사기 피해 주택 주소를 입수해 은행·상호금융 등 주택담보대출 취급 기관에 전달할 방침이다. 민간채권관리회사(NPL) 등에 매각된 건에 대해선 최대한 경매 절차 진행을 유예하도록 협조를 구하기로 했다.기획재정부도 전세사기 피해자의 전세보증금 대출 이자를 직접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정부는 금융 지원 등의 추가적인 방안도 조속히 강구해 나가기로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임차인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해선 관련 법을 개정해야 한다”며 “해당 부처 간 이견 조율과 종합 대책 마련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이날 서울역 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전세사기 피해 주택을 공공이 매입하는 방안에 대해 “선순위 채권자에게만 좋은 일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추홀구 피해 주택의 경우 공공매입을 하더라도 후순위인 임차인은 한 푼도 가져가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원 장관은 “공공매입 임대가 피해자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검토를 못 해 볼 이유는 없다”면서도 “국민 세금으로 선순위 채권자에게 좋은 일을 시키는 데 대해 국민들이 동의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임차인에게 경매 주택 우선 매수권을 주는 방안과 관련해선 “우선 매수권으로 다른 사람의 재산권에 일방적으로 손해를 끼치는 일이 생기고, 악용할 수도 있기 때문에 정밀하게 합의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은정/노경목/강경민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