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때마다 반등한 주식시장
작년 3월 Fed가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한 이후에도 시장은 나쁜 뉴스를 기다렸는데, 이전과는 버전이 조금 달랐다. 경기 둔화로 고용시장이 악화하면 Fed가 기준금리 인상 행진을 멈출 것이고, 이때를 분기점으로 주식시장은 본격적인 상승 랠리를 펼칠 것이란 게 시장의 시나리오였다.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여파로 아마존, 메타 등 미국 테크기업들이 정리해고를 단행한다는 소식을 주식시장에서 호재로 받아들인 이유다. 이달 4일 시장이 손꼽아 기다리던 소식이 전해졌다. 미 노동부가 발표한 2월 구인 건수가 약 993만 건으로 2021년 5월 이후 처음으로 1000만 건을 밑돈 것. “기준금리 인상으로 노동시장을 냉각시키려는 Fed의 노력이 효과를 보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인플레이션 진정에 대한 기대로 주식시장이 급등해도 하등 이상할 것 없는 날이었다. 하지만 이날 미국 주식시장은 하락세로 마감했다. 시장은 기업들의 구인 건수 감소 소식을 접하면서 ‘노동시장 과열 진정’보다는 ‘경기침체 현실화 조짐’에 더 주목했다. 이후 미국의 3월 고용보고서, 소비자물가 상승률 등도 미국의 경기가 점차 둔화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쪽으로 나왔지만 시장은 환호하지 않았다. 시장의 ‘내러티브’가 바뀌면서 투자자들이 나쁜 뉴스를 나쁜 뉴스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내러티브'가 바뀌었다
주식시장은 기본적으로 ‘낙관편향’이 지배하는 곳이다. 하지만 최근 월가에선 가까운 미래에 발생 가능한 위험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부쩍 많이 나오고 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간체이스 최고경영자(CEO)는 은행 위기와 이에 따른 경기 둔화는 앞으로 수년에 걸쳐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고,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5년간 세계 경제가 30여년 만의 가장 낮은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시장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더 심각한 상황에 처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이런 경고들은 모두 10년여 만에 찾아온 고금리의 충격파가 세계 경제 곳곳을 뒤흔들 수 있다는 우려를 담고 있다. 위기가 현실화하면 좋은 뉴스조차 나쁜 뉴스로 인식되는 시장 환경이 펼쳐질 수 있다. “초저금리 시대에 통했던 투자 전략이 앞으로는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지 못할 것”이라는 월가 구루들의 조언을 곱씹어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