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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 손실에 배임 논란까지…'경매 보류' 놓고 은행들 골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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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전세 사기 피해 매물의 경매 일정 중단과 유예 방안 시행을 추진하면서 은행권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경매 절차가 보류되면 받지 못한 이자가 늘어 은행 손실이 커지는 데다 정상적인 채권 회수 절차를 진행하지 않을 경우 배임 논란에 휩싸일 수도 있어서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 당국은 이날 은행연합회와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은행의 여신관리 담당 실무진들이 참석한 가운데 전세 사기 피해자 구제를 위한 '경매 보류' 추진 방안을 논의한다.

당국은 이 자리에서 전세 사기 피해자가 거주하는 주택에 대해 선순위 채권자인 은행들이 당분간 경매를 통한 주택 처분을 연기해주는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캠고(자산관리공사)가 전세 사기 피해자들이 당장 거주할 만한 곳을 찾을 수 있도록 인천 미추홀구 주택 경매 210건 중 51건의 매각 기일을 변경한 것과 같은 대책을 요구하겠다는 얘기다.

일반적으로 채무자가 3개월 이상 원리금을 연체할 경우 은행은 대출을 취급한 영업점에서 여신을 관리하는 본점 부서로 관련 대출을 이관한다. 이후 1개월 가량의 준비기간을 거쳐 4개월째 법원에 임의 경매 절차를 신청해 대출금 회수에 들어간다. 대법원 등기정보광장 집계 결과 지난달 은행 등 금융기관이 신청한 임의 경매 건수는 3759건에 달한다.

문제는 '경매 보류' 기간이 길어질수록 지연 이자가 늘어난다는 점이다. 지연 이자가 커질수록 은행 부담 증가와 함께 은행의 재무 건전성이 훼손될 수밖에 없다.

특히 은행이 정부 요청을 이유로 경매를 통한 부실 대출 회수 노력을 게을리할 경우 배임 논란도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한 시중은행 여신담당 임원은 " '빌라왕'이 은행이 고의로 경매를 지연시켜 자신이 물어야할 지연이자가 늘었다고 은행에 항의할 수도 있다"며 "절차적 근거도 없이 은행이 경매 신청을 중단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했다.

은행권만의 경매 중단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전세사기에 연루된 주택은 대부분 다세대·연립주택과 같은 ‘빌라’여서 은행보다는 저축은행과 상호금융 등 제2금융권의 대출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이 샘플링한 결과 사기가 많은 빌라의 채권금융사는 2금융권이 대부분"이라며 "은행만 참여한다고 실제 전세 사기 피해자들에게 도움이 될 지는 미지수"라고 했다.

경매 보류를 추진하기 전에 ‘전세사기’의 기준에 대한 당국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경매 중단을 진행할 물건에 대한 기준이 없다면 전세사기에 해당하지 않는데도 불필요한 경매 보류로 은행들의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올 초부터 계속되고 있는 취약차주 지원과 대출금리 인하 등 '상생금융' 압박에 이어 경매 보류 등 은행권에 대한 당국의 요구가 쏟아지면서 은행들도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사기 피해자 구제는 정부 차원에서 법적인 근거를 갖고 추진해야할 대책"이라며 "정부가 '금융'과 '복지'를 혼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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