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선거 유세 중이던 기시다 후미오 총리를 향해 폭발물을 투척한 뒤 범행 동기와 관련,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는 용의자 기무라 류지(24)가 정치와 선거 제도에 관심이 많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18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기무라는 지난해 7월 참의원(상원) 선거를 앞두고 공직선거법이 정한 피선거권 조건으로 인해 입후보하지 못하는 것이 부당하다며 같은 해 6월 고베지방재판소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일본에서 참의원 의원과 광역자치단체 지사는 30세 이상, 중의원(하원) 의원과 기초지방자치단체장은 25세 이상만 선거에 출마할 수 있다.
다만 지난해 기무라는 피선거권이 정한 참의원 의원 출마 기준에 연령이 미치지 않았다. 또한 공탁금 300만 엔(약 2900만원)도 준비하지 못해 선거에 나설 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 같은 규정이 평등권을 보장한 헌법에 위배된다고 판단, 10만 엔(약 98만원)을 배상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1심 법원은 공직선거법의 연령 요건과 공탁금 제도가 합리적이라고 판단해 청구를 기각했다. 이에 불복한 기무라는 항소했다.
기무라는 해당 소송을 제기한 뒤인 지난해 9월 24일 자신이 거주하는 가와니시(川西) 시의회의 시정보고회에도 참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행사에는 약 70명이 참석했고, 기무라는 시의원 급여 등을 적극적으로 질문했다는 게 일본 언론의 설명이다.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기무라는 이 자리에서도 오구시 마사키 중의원 의원에게 "시의원 선거에 나가고 싶지만 나갈 수 없다"며 "헌법 위반이기 때문에 피선거권 연령 기준을 낮춰야 한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한편 수사 당국은 기무라에게 3년 이하 징역이나 50만 엔(약 488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는 위력업무방해 혐의 이외에도, 형벌이 더욱 무거운 살인 미수죄를 추가로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와 관련,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기무라의 행위에 살의가 있었는지 여부와 폭발물의 위력이 초점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수사 당국은 기무라가 지난 15일 폭발물을 투척한 와카야마현 와카야마시의 사이카자키 어시장에서 조사 작업을 진행했다. 이에 전날 폭발물 낙하지점으로부터 약 40m 떨어진 창고 외벽에 직경 5cm 정도의 팬 자국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길이가 약 20cm인 은색 통 형태 폭발물의 파편은 청중 위를 통과해 창고의 3m 높이 벽면에 부딪힌 뒤 떨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일본 경찰은 "파편이 조금 낮게 날았다면 중상자나 사망자가 발생했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요미우리는 "용의자 자택에서 화약 원료로 추정되는 분말과 금속제 파이프, 공구류 등을 압수한 경찰은 기무라가 폭발물을 직접 만들었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폭발물이 설계상의 실수나 화약 상태로 인해 바로 폭발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제기된다고 전했다.
기무라가 던진 폭발물은 낙하 이후 50초가량 지나서 터졌으며, 기시다 총리는 바로 피신해 다치지 않았다.
그가 아침에 가와니시 자택에서 출발해 폭발물과 칼 등을 지참한 채 대중교통으로 2시간 넘게 이동한 뒤 범행 현장에 도착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기무라의 사건 당일 동선을 조사하고 있는 경찰의 설명이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