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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빔]한국산 미국차, 미국산 한국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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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전기차 한국 생산 기회도 만들어야

 '메이드 인 유에스에이(Made in USA)' 제네시스 GV70 전기차가 미국 정부의 보조금 대상에서 빠졌다. 이 소식에 자동차업계가 들썩인다. 하지만 예상은 충분히 했다. 배터리가 중국산인 탓이다. 전기차 패권을 놓고 중국과 심기일전을 펼치려는 미국 입장에선 당연한 수순이다. 물론 한국산 아이오닉5, 아이오닉6, 기아 EV6 등도 보조금 대상에서 배제됐다. 이들은 '메이드 인 유에스에이(Made in USA)'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나마 렌터카, 리스 등으로 판매하면 보조금을 받는다. 흔히 플리트(fleet) 판매로 분류되는 영역이다. 

 그나마 플리트 판매라는 빈틈이 생기자 현대차그룹은 이 시장을 집중 공략했다. 그 결과 한국산 전기차의 올해 1분기 미국 판매는 오히려 늘었다. 미국 소비자도 개인 구매 때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차종이 16개로 한정되자 렌탈이나 리스로 눈을 돌린 덕분이다. 산업부에 따르면 한국산 전기차의 미국 내 플리트 판매 비중은 올해 1분기 30%에 조금 못 미친다. 지난해 월 평균 비중이 5% 내외였음을 감안하면 약진이다. 어떻게든 2025년 미국 내 완성차 및 배터리 공장이 완성될 때까지 플리트로 버팀목을 만들겠다는 의지다.  

 한국이 미국을 놓치지 않으려는 이유는 시장 규모 때문이다. 지난해 미국 내 신차 판매는 1,380만대에 그쳤지만 미국은 중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큰 자동차 시장이다. 하지만 소득 수준을 감안할 때 중국보다 매력이 높다. 수익성 높은 고급 및 고가차를 판매할 수 있어서다. 게다가 한국산 자동차의 최다 수출국도 여전히 미국이다. 지난해 국내에서 생산된 347만대 가운데 수출 비중은 60% 정도인데 그 중 70만대는 미국으로 건너갔다. 한국산 자동차의 유럽연합 전체 판매를 합쳐도 미국 규모를 감당하지 못한다. 그래서 제조사들은 미국의 정책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미국에서 경쟁력을 잃으면 글로벌 시장도 어려워진다는 의미다. 

 그러나 전기차 전환 속도가 빨라지고 거대 시장을 중심으로 '생산지' 기준의 보조금 장벽이 세워지자 정부로선 난감하다. 그만큼 국내 생산이 해외로 이전될 수밖에 없고 일자리는 사라진다. 일자리가 없으면 소득에 문제가 생겨 소비도 위축되고 세입도 감소한다. 가뜩이나 소비 인구 감소를 겪는 마당에 오히려 미국에 양질의 일자리를 내주는 형국이다. 

 그래서 역제안을 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이른바 '한국산 미국 전기차로 초점을 바꿔보자는 의미다. 대표적으로 GM이 소유한 한국지엠이다. 미국으로 수출되는 GM 전기차가 국내에서 생산되도록 생산 보조금을 신설하자는 방안이다. 보조금 대상이 대기업이라는 점에서 일종의 '특혜'로 보일 수 있지만 미국 수출을 고려할 때 생산 보조금은 검토할 만한 사안이다. 이 경우 GM의 한국 전기차 생산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한국산이라 미국에서 보조금을 받지 못한다면 국내 생산에 보조금을 지급해 미국 내 경쟁력을 갖추자는 것이다. 게다가 GM이 한국에서 전기차를 생산하면 미국 정부에 한국산 전기차의 보조금을 요구할 수도 있다. 일부에선 WTO 협정 위반이라는 우려를 내놓지만 각 나라가 전기차 산업을 위해 다양한 보조금을 신설하거나 지급 대상을 자국 중심으로 설정한 것을 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흔히 자동차산업은 크게 세 가지 경쟁을 펼친다고 말한다. 첫째는 기술 경쟁, 둘째는 생산 경쟁, 셋째는 판매 경쟁이다. 이 가운데 기업이 독자적으로 수행 가능한 부문은 기술과 판매 경쟁일 뿐 생산은 국가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각 나라가 세금 감면, 보조금 등을 지급하며 공장을 유치하려는 것도 국가 주도의 일자리 창출과 직결돼 있어서다. 미국이 구매 보조금을 지급할 때 한국은 전기차 생산에 세금 감면 등의 조치를 취한다면 수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물론 이런 조치에는 국민적 동의가 필요하다. 특정 산업에 상당한 혜택이 돌아가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에서 자동차산업 비중은 그야말로 절대적이다. 제조업 종사자의 11%, 전체 산업 생산 및 수출액의 12%를 차지할 만큼 규모가 크다. 반도체 생산보다 일자리가 많고 부품업계까지 고려하면 자동차산업이 삐걱대는 순간 국가 경제도 위험에 빠질 수 있다. 각 나라가 보조금 장벽을 세울 때 국내 전기차 생산 부문의 경쟁력을 역으로 높이면 제 아무리 두꺼운 장벽이라도 뚫을 수 있지 않을까. 

 박재용(자동차 칼럼니스트, 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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