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쟁으로 인해 심화한 식량난을 완화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흑해 곡물 협정이 중단 위기에 처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선박 검사 과정에 어깃장을 놓으며 협정을 위배한다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협정 갱신에 대해 비관적인 견해를 내비치며 수출협정 연장이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17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복원부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협정 체결 후 9개월 만에 두 번째로 선박 검사 계획이 마련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단 한 척의 선박도 검사받지 못하고 있다"며 "협정이 중단될 위기"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복원부에 따르면 튀르키예 이스탄불 보스포루스 해협에 위치한 공동조정센터(JCC)에 파견된 러시아 대표단이 협정에 완전히 위배되는 검사 계획을 고집하고 있다. 지난 사흘간 러시아 대표단이 아무런 설명도 없이 3척의 선박 등록을 거부하는 등 협정 적용에 대해 자체 기준을 적용함으로써 우크라이나 항만 활동을 간섭하려 한다는 주장이다.
우크라이나 복원부는 "우크라이나 항만 활동에 대한 러시아의 간섭과 최근의 요구를 단호히 거부한다"고 밝혔다.
러시아 역시 향후 협정 갱신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전화회의에서 협정 갱신에 대한 질문에 "전망이 그다지 밝지 않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지난해 7월 22일 협정 체결 이후 우크라이나산 곡물뿐만 아니라 러시아산 곡물과 비료 역시 흑해를 통해 원활하게 수출될 수 있도록 한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줄곧 이의를 제기해왔다.
지난해 11월 17일과 지난달 18일 두 차례 협정이 연장됐지만, 그때마다 러시아는 약속 불이행 시 협정을 탈퇴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지난 7일에도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이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튀르키예 외무장관과 회담하고 러시아산 비료 수출의 장애물을 없애야 한다고 촉구했다. 당시 라브로프 장관은 "필요하다면 우리는 이 협정 틀 밖에서 사업을 할 것"이라며 협정 탈퇴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오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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