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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69시간' 프레임 못 깨고…결국 미뤄진 근로시간 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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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근로시간 개편에 제동이 걸렸다. 17일 근로시간 개편안에 대한 입법예고 기간이 끝났지만 고용노동부는 추가로 국민 의견을 수렴해 오는 9월 정기국회 때 새로운 개정안을 내겠다고 밝혔다. 6월께 국회에 입법안을 내려던 계획이 ‘주 69시간 논란’에 밀려 후퇴한 것이다. 의견 수렴 결과에 따라선 새로운 입법안 제출이 더 늦어지거나 애초 목표했던 ‘근로시간 유연화’ 취지와 멀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5월부터 두 달간 집중적으로 근로시간 개편에 대해 의견수렴을 할 생각”이라며 “국민 6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심층면접(FGI)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1987년 노동자 대투쟁 당시 서울대 사회과학연구소가 대규모 설문조사를 했는데, 그 이후 노사관계 제도와 관련한 최대 규모 설문조사”라고 했다.

또 “(주당 최대 근로시간이) 60시간이 될지 48시간이 될지 모르지만, 실노동 시간을 줄일 방법을 찾겠다”며 “취지가 아무리 좋아도 건강권을 훼손하지 않도록 규제하지 않으면 문제가 있다는 것이 대통령의 문제의식”이라고 했다.

이날 간담회는 40일간의 입법예고 기간(3월 6일~4월 17일) 종료에 맞춰 열렸다. 고용부는 애초 입법예고한 근로시간 개편안에 주 최대 52시간(기본 40시간+연장 12시간)인 근로시간 관리단위를 ‘주’에서 ‘월, 분기, 반기, 연’으로 유연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관리단위를 늘릴수록 연장근로 시간이 줄어들도록 제도를 설계했다. 하지만 ‘주 최대 69시간 근로’ 논란이 불거지고 기존 노동계는 물론 ‘우군’으로 생각했던 MZ 노조마저 반발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윤석열 대통령도 “주 60시간 이상 근무는 무리”라며 고용부에 재검토를 지시했고 이후 이 장관은 MZ세대 등을 중심으로 의견수렴을 해왔다.

이 장관은 향후 개편안 보완 방향에 대해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말한 대로 최대 근로시간을 제한하는 방식이 될지는 불확실하다.

근로시간 개편안 폐기 가능성은 일축했다. 이 장관은 “개편안의 목표는 실근로시간을 줄이자는 것”이라며 “실노동시간을 줄이기 위해 가장 좋다고 생각한 방안을 제시했는데 (국민이) 아니라고 하니 광범위하게 의견을 수렴해 국민이 안심하고 노사 모두 공감할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고용부의 법안 수정 폭이 크면 정부가 국회와 협의를 거쳐 정부안 대신 국회안을 만들어 새로 시작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새 개편안이 제시되더라도 여론을 되돌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MZ 노조 역시 현재 주 52시간인 근로시간을 늘리는 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곽용희/오형주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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