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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들고, 위험수당 주고, 안전업무 제외…'CEO 방어' 발등의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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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법’ 리스크가 본격화하면서 기업에 비상이 걸렸다. 법원이 법 위반 사업장 대표에게 실형을 선고하는가 하면, 검찰은 기업 지배구조를 따져 그룹 회장까지 기소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기업은 방어책 마련에 고심이다. 중대재해 보험 가입에 앞다퉈 나설 뿐만 아니라 형사처벌 위험이 있는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위험수당 지급, 경영과 안전관리의 분리 등까지 검토하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일부 중견 기업은 CEO에게 ‘위험수당’ 등을 추가로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건설 현장 소장에게 적용하는 방식을 차용하는 것이다. 한 중견기업 관계자는 “중대재해 보험은 상급심 최종 판결에서 무죄가 나오는 것을 전제로 형사 방어 비용을 지급하는 등 지급 조건이 까다롭다”며 “보험 가입 사실이 드러나면 사고가 날 가능성이 큰 기업으로 낙인찍힐까 봐 보험 가입 대신 위험수당 지급을 검토하는 기업도 많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이 안전보건 문제를 직접 관리한 게 기소 근거가 된 것과 관련해 ‘CEO가 안전과 관련된 문제에서 손을 떼야 한다’는 등의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삼표산업 경기 양주 채석장 붕괴 사고는 중대재해법 시행 후 ‘1호 사건’이다. 사망 사고가 삼표그룹 계열사인 삼표산업에서 발생했고, 삼표산업 CEO가 별도로 있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정 회장을 기소했다.

정 회장 공소장에 따르면 검찰은 삼표의 ‘수직계열화’를 근거로 그룹 회장에게 책임을 물었다. 수직계열화란 생산부터 판매까지 전 과정에 대해 계열사를 세워 관리하는 방식이다. 그 밖에 검찰은 삼표그룹이 지주사인 ㈜삼표를 주축으로 단일화된 회의를 운영하고, 계열사의 경영정보 및 매출 등 경영 현황을 공유해 회장의 경영상 결정을 지원했다는 점도 근거로 삼았다.

이에 대해선 검찰이 경영책임자로 인정하는 범위를 지나치게 확대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 중에서도 수직계열화를 하거나, 지주사 위주의 의사결정 시스템을 갖춘 기업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김동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수직계열화 등을 처벌 근거로 삼는 것은 비슷한 시스템을 보유한 기업이 많아 자칫 처벌 범위가 과도하게 확장될 수 있다”며 “계열사 사고에 그룹 회장이 책임지는 범위가 넓어지면 기업 경영이 위축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 제조업체 임원은 “대기업들 보란 듯 내놓은 공소장”이라며 “경영시스템 전환을 고민해야 할 판국”이라고 꼬집었다.

다만 CEO가 경영에서 안전 문제를 제외할 경우 오히려 중대재해 사건에서 불리해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대표이사가 안전과 관련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면 가중 처벌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2024년부터는 50인 미만 영세 사업장에도 중대재해법이 확대 적용될 예정인 만큼 중소·중견 기업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한편 정부는 규제와 처벌 위주의 중대재해법 감축 패러다임을 ‘예방 위주’로 전환하겠다며 ‘중대재해법 감축 로드맵 추진단’을 출범시켰다. 사업장의 ‘위험성 평가’를 통해 기업의 자율 점검 시스템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중대재해법을 둘러싼 처벌 리스크는 그대로 안고 가는 마당에 위험성 평가 의무까지 보태지면서 기업에는 되레 ‘이중 규제’가 됐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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