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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런이 아닌 개혁 꿈꾸는 청년 홍국영 그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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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 4대문 밖에서 자라며 세상을 익힌 홍국영은 어떤 변화를 꿈꿨을까요.”

최근 역사소설 <의리주인>을 펴낸 강희찬 작가(사진)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변화’와 ‘꿈’을 키워드로 정조시대 홍국영을 설명했다. 여동생을 왕의 후궁으로 들여보내며 권력을 탐한 세도정치가로 바라보는 일반적 시선과 확연히 다르다.

소설 <의리주인>은 청년 홍국영의 눈을 통해 정조의 세손 시절부터 왕위 등극까지 시기를 그려냈다. ‘의리주인’은 정치적 명분을 수립하고 유지해 왕의 등극에 결정적 공헌을 한 신하를 일컫는 말이다.

강 작가는 “소설의 진짜 주인공은 ‘시대’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홍국영이 살았던 18세기 말은 여러 변화가 움트던 시대”라며 “서양에서 근대화가 시작되고 중국은 청의 전성기라 할 수 있는 건륭제 시기를 보내고 있었는데, 한반도에선 어떤 아이디어가 이뤄지고 또 좌절됐는지 들여다보고 싶었다”고 했다.

왜 정조가 아니라 홍국영을 주인공으로 택했을까. 강 작가는 “정조를 흔히 변혁가로 여기지만 왕이기 때문에 결국 구시대적 왕조 체제를 수호할 수밖에 없었다”며 “홍국영은 좀 더 자유로운 상상이 가능하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홍국영의 생애도 흥미롭게 다가왔다. 당대 유력한 풍산 홍씨 가문에 속했지만 부친의 기행으로 평판이 좋지 않았다. 집은 한양 도성 밖에 있었고 예술적 재능도 있었다고 전해진다. 강 작가는 “홍국영은 기록 속에서 ‘정조의 오른 날개’라고 표현될 정도로 강력한 킹메이커였다”며 “그가 구상한 조선의 새로운 모습이 있고, 그로 인한 부침도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소설은 홍국영을 성평등을 주장하는 등 조선의 구습에서 벗어나려는 청년으로 그린다. 쉽게 말해 ‘빌런’이 아니라 ‘조선의 MZ세대’로 홍국영을 재해석한 것이다.

치밀한 자료조사 덕에 소설을 읽다 보면 조선시대 풍속과 문화가 눈에 선하게 그려진다. 강 작가는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일성록> 등을 샅샅이 뒤졌다. 당시 한양의 일상을 알기 위해 등장인물들과는 무관한 선비 유만주의 일기까지 읽었다. 강 작가는 “작품 배경이 되는 시기의 <승정원일기>가 아직 한글로 번역되지 않은 점은 아쉽다”며 “더듬더듬 해석해 홍국영이 아들을 궁에 데려가 영조를 만나게 한 내용을 찾아냈고 그 부분을 소설에 녹였다”고 했다.

강 작가는 ‘직장인 소설가’다. 현재 NSI(전 국가경영전략연구원) 기획조정실장으로 재직 중이다. 3년간 평일 새벽 5시에 사무실로 나가 업무시간 전까지 자료조사를 하고 소설을 썼다. 그가 역사소설가가 된 건 국제관계학, 동북아학을 연구하고 공공외교 프로젝트를 해온 이력과 무관하지 않다. 강 작가는 “역사는 공동체의 기억,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무기라고 생각한다”며 “역사에 대한 관심과 재해석이 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역사소설을 쓴다”고 했다.

그에게는 아직 쓸 이야기가 많다. <의리주인>은 파트1이다. 다음 권에서 정조가 왕이 된 이후 홍국영과 협력하고 또 맞서는 내용이 본격적으로 펼쳐질 예정이다. 후속편을 집필 중이다. “이어질 이야기를 위한 복선을 이번 책에 많이 깔아놨습니다. 얼른 후속편을 만나볼 수 있도록 열심히 써야죠.”(웃음)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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