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인공지능(AI), 2차전지, 반도체 등 기술주들이 돌아가면서 상승하는 '순환매 장세'가 펼쳐지며 기술주 상장지수펀드(ETF) 수익률이 고공행진하고 있다. 일부 ETF는 지난 6개월간 30% 가까운 상승률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하반기에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에 그동안 채권형과 배당형에 몰렸던 투자금이 기술주 ETF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KEDI 메가테크' 최상위권 수익률
신한자산운용의 'SOL KEDI메가테크액티브'는 작년 10월 18일 상장 후 17일까지 약 6개월 동안 28.81% 올랐다. 국내외 기술주 ETF 중 최상위권 수익률이다. 이 기간 코스피지수는 16.05% 상승했다.
이 ETF는 한국경제신문이 만든 주가지수 'KEDI 메가테크'를 추종한다. KEDI 메가테크 지수는 지능형 로봇, 모빌리티, 차세대 에너지, AI&빅데이터, 첨단소재 등 5개 테마로 구성됐다. 최근 각광을 받는 기술주 테마 대부분을 담고 있어 한 개 테마에만 집중하는 ETF에 비해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KEDI 메가테크 지수는 6개월에 한번씩 정기 변경(리밸런싱)을 한다. 구성 종목 뿐 아니라 구성 테마까지 바꾸는 게 특징이어서 '변신 ETF' '로테이션 ETF'라고도 불린다.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과 한경 베스트 애널리스트 등 30여 명의 전문가가 리밸런싱에 참여한다. 액티브 ETF이기 때문에 포트폴리오의 70%는 KEDI 메가테크 지수 구성 종목을 담고, 나머지 30%는 펀드매니저들이 시장 상황에 맞게 운용하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등으로 ETF를 매매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투자자는 은행 창구에서 일반 펀드처럼 가입할 수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 7일부터 이 ETF 판매를 시작했다.
김주영 신한자산운용 주식운용팀 이사는 "SOL KEDI메가테크액티브는 상장 때부터 시장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테마를 모두 갖고 있었다"며 "적극적인 액티브 운용을 통해 변동성 장세에서도 알파(추가) 수익을 지속적으로 추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말 로봇 테마가 주목받았을 때 지능형 로봇테마가 수익에 크게 기여했다"며 "최근에는 항공우주의 성장성을 높게 보고 인텔리안테크, 쎄트렉아이 등에 액티브 방식으로 투자하고 있다"고 했다.
해외 기술주 ETF도 두자릿수 올라
기술주 ETF 중 'KBSTAR IT플러스'도 지난 6개월간 상대적으로 높은 23.65%의 수익률을 올렸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국내 핵심 IT 산업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KODEX IT'(17.40%)와 'TIGER 200 IT'(16.30%) 등 국내 기업에 투자하는 다른 기술주 ETF도 20%에 가까운 수익률을 기록했다.
해외 기업에 투자하는 기술주 ETF 중에는 'KODEX 차이나항셍테크'가 22.41%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 ETF는 알리바바, 텐센트, 샤오미 등 홍콩 증시에 상장한 대형 기술기업 30곳에 투자한다.
미국 기술기업에 투자하는 'ACE 미국IT인터넷S&P'와 'TIGER 미국테크TOP10 INDXX'는 각각 16.36%, 10.12%의 수익률을 올렸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국내 기술주의 하락률이 높았기 때문에 올해 들어 반등폭도 상대적으로 컸다"며 "금리가 하반기에 고점을 찍으면 기술주 ETF의 상승률이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