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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에세이] 즐거운 때를 아끼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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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매일 아침 추억에 젖는다. 스마트폰에서 보내주는 ‘몇 년 전 오늘의 사진’ 덕분이다. 잊고 있던 과거의 어느 날이 소환되면서 회상에 잠기곤 한다. 어제는 십수 년 전 어머니와 함께한 일본 여행 사진이 떴다. 이젠 아흔이 넘으셔서 기력이 쇠약해지셨지만 사진 속에선 사뭇 다른 젊고 고운 모습이다. 모처럼 딸과의 여행에서 한껏 행복함이 묻어나는 어머니 모습을 보니 그때의 추억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빠듯한 일정 때문에 망설이다 떠난 여행이었는데 모시고 다녀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작년 8월 세상을 떠난 사랑하는 친구와 3년 전에 찍은 사진도 며칠 전 내 폰에 떴다. 늘 그랬듯이 아름답고 기품 있는 미소로 환하게 웃고 있는 친구, 그립고 그리운 친구와 하루 종일 함께했다.

우리 삶 속에서 과거와 현재는 끊임없이 교차된다. “옛날은 가는 게 아니고 이렇게 자꾸 오는 것이었다”라는 어느 시인의 말이 떠오른다. 내일은 또 어떤 어제의 기억들이 불쑥 나를 찾아오게 될까. 그것은 때로는 즐거운 추억일 수 있고, 때로는 슬픈 추억일 수도 있다. 우리는 삶의 여정에서 변화와 어려움을 겪으며 그 과정에서 많은 추억들을 쌓아나간다.

인생에서 언제나 좋은 일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상처받아 가슴 아픈 날도 분명히 있다. 누군가는 기쁨과 슬픔이 씨실과 날실이 되어 인생이라는 천을 직조한다고 표현했다. 중요한 건 기쁨이나 슬픔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일 것이다. 기쁨 속에서도 신중함을, 슬픔 속에서도 희망과 긍정을 가미한다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슬픔만으로 짜인 어둡고 우울한 색감이나 기쁨만으로 짜인 가벼운 색감 대신 깊이가 느껴지는 멋진 색감의 천이 짜일 것이다.

시절인연(時節因緣)이란 말이 있다. 모든 사물의 현상은 시기가 되어야만 일어난다는 뜻이다. 한바탕 시원하게 내린 봄비도, 그 바람에 일찍 져버린 벚꽃도 다 제때에 따른 것이다. 계절을 붙잡을 수 없듯이 사진 속 친구의 미소, 고운 어머니의 모습도 이제는 지난 추억이 됐다. 그러나 그 기억들이 모여 오늘을 살아내는 힘이 되기도 한다.

시인 김억은 100년 전 ‘사랑의 때’라는 시에서 “어제는 자취도 없이 흘러갔습니다, 내일도 그저 왔다가 그저 갈 것입니다, 그러고, 다른 날도 그 모양으로 가겠지요, 그러면, 내 사람아, 오늘만을 생각할까요. 즐거운 때를 아끼지 않아야 합니다.”라고 노래했다. 몇 년 후 오늘을 떠올릴 때 나는 어떤 모습으로 소환될까. 지금 이 순간이 훗날 환한 웃음으로 반길 수 있는 즐거운 때이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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