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가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를 앞두고 혼조세를 보였고, 기술주가 부진했던 것은 국내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하지만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경기가 예상보다 나아지고 있다고 평가했고, 국제통화기금(IMF) 등이 금리 인상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힌 것은 국내 증시에 우호적이다.
국내 증시 보합 출발 예상
12일 국내 증시는 보합세로 출발한 후 종목별 순환 장세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급등한 종목에 대한 차익실현 매물이 출회될 가능성이 있지만, 외국인의 국내 대형주 매입이 본격화할 경우 강세로 돌아설 수 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 증시는 금융 시스템 불안 등이 여전하지만, 확대되지 않을 경우 견고한 성장이 이어질 수 있다는 소식이 유입되며 대부분의 종목이 강세를 보인 점은 한국 증시에 긍정적"이라며 "다만 연초 대비 상승폭이 컸던 대형 기술주와 반도체, 소프트웨어 업종 등이 차익 실현 매물 출회로 하락한 점은 부담"이라고 했다. 그는 "이를 감안하면 한국 증시는 소폭 하락 출발 후 매물 출회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는 지난주 이후 단기 급등에 따른 차익실현 물량을 소화하면서 제한적인 주가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환율 변화, 2차전지주에 대한 시장의 수급 쏠림 현상이 지속될지 여부가 관전포인트"라고 설명했다.
염승환 이베스트투자증권 이사는 "국내 증시는 강보합 출발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코스닥 주가 상승폭이 크고 밸류에이션이 싸지는 않은 점은 부담이지만 코스피 대형주의 경우 저평가 기업들이 넘쳐나고 있어 종목별 순환상승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혼조세 보인 美 증시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는 다음날 발표되는 CPI를 앞두고 혼조세를 보였다. 이날 다우존스30지수는 0.29% 오른 33684.79로 거래를 마쳤다. S&P500지수는 0.17포인트(0.00%) 하락한 4108.94로, 나스닥지수는 0.43% 떨어진 12031.88로 장을 마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코노미스트들은 3월 CPI가 전월보다 0.2% 올라 전달의 0.4% 상승에서 둔화하고, 전년 대비로는 5.1% 올라 전달의 6.0% 상승에서 둔화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3월 CPI가 추세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 확인된다면 투자 심리는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고용이 강한 모습을 유지하면서 미 중앙은행(Fed)이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은 커진 상태다. 다만 이는 연준의 목표치를 크게 웃도는 물가 상승률과 연준 위원들의 올해 최종 금리 전망치를 고려할 때 어느 정도 시장이 예상하는 부문이다.
IMF는 올해 전세계 경제성장률을 2.8%로 예상해 지난 1월 전망했던 2.9%에서 0.1%포인트 하향했다. 내년 성장률도 3.0%로 예상해 이전보다 0.1%포인트 내렸다.
미국 성장률은 올해와 내년 1.6%, 1.1%로 예상해 기존보다 각각 0.2%포인트, 0.1%포인트 상향했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기자 회견에서 "견실한 일자리 창출이 지속하고 인플레이션은 점진적으로 낮아지고 있으며, 소비 지출이 견조하다"며 "분명 예외적으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나는 경제 침체를 예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은 총재는 이날 한 연설에서 "추가 금리 인상에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美 투자은행 3분의 2 "최종금리 5.00∼5.25% 전망"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이후 확산한 은행 위기로 미국의 최종 정책금리에 대한 시장의 전망치가 한 달 새 0.5%포인트 가량 하락했다.
한국은행은 뉴욕사무소가 지난 7일 현지 12개 투자은행(IB)을 상대로 자체 조사를 진행한 결과 3분의 2인 8곳이 미국의 최종 정책금리 수준을 5.00∼5.25%로 전망했다고 12일 밝혔다.
한 달 전인 지난달 10일 조사 당시에는 12곳 중 3곳만 5.00∼5.25%라고 응답한 것과 비교하면 5곳이 늘어난 셈이다.
지난달 조사에서는 절반이 넘는 7곳이 최종 정책금리를 5.50∼5.75%로 전망했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1곳으로 급감했다.
최종금리 수준을 5.25∼5.50%로 예상한 곳은 지난달과 같은 2곳이었고, 4.75∼5.00%로 내다본 곳은 지난달에는 없었지만, 이번 달에는 1곳으로 집계됐다.
한 달 전에만 해도 투자은행들은 Fed가 빅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을 포함해 두세차례 금리를 추가 인상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제는 한 차례의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으로 금리 인상을 마무리할 것으로 보는 셈이다.
외국계 증권사도 삼성전자 목표가 상향
삼성전자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96%가량 쪼그라들며 '어닝 쇼크(실적 충격)'를 기록했지만, 메모리 반도체 감산을 결정하면서 국내 증권사에 이어 외국계 증권사들도 목표주가를 잇달아 상향하고 있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골드만삭스, HSBC, 미즈호 등은 삼성전자의 잠정 실적 발표 이후 최근 보고서를 내고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상향했다. 삼성전자는 7일 올해 1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하며 "공급성이 확보된 제품 중심으로 의미 있는 수준까지 메모리 생산량을 하향 조정 중"이라고 밝혔다.
골드만삭스는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기존 7만4000원에서 7만7000원으로, HSBC는 7만5000원에서 8만8000원으로, 미즈호는 7만7000원에서 8만원으로 각각 올렸다.
골드만삭스는 "메모리 실적 악화로 회사의 단기 수익은 좋지 않겠지만, 감산으로 인해 메모리 재고 수준이 2분기 하락하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삼성전자 전체 실적도 2분기 바닥을 찍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HSBC는 "삼성전자의 감산으로 메모리 가격이 더 빨리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감산량은 D램과 낸드 모두에서 15∼20% 수준일 것으로 추정한다"며 "재고가 줄어들면서 D램과 낸드 가격 하락이 2분기부터 둔화할 것이고, 3분기에는 반등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즈호는 "경쟁사들이 메모리 업황 침체기에 설비투자 확장이나 공장 이전 등에 대한 투자에서 제한된 선택지를 가진 데 반해 삼성전자는 이 기회에 리더십을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음 상승 사이클에서 가장 큰 수혜자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취업자 수 10개월 만에 증가 폭 확대
지난 3월 취업자 수가 1년 전보다 46만9000명 늘어 10개월 만에 전월보다 증가 폭이 확대됐다. 수출 감소 등 경기 부진에도 돌봄 수요·외부 활동 증가 등의 영향으로 취업자 증가 폭이 반등했다. 그러나 청년층(15∼29세) 취업자가 5개월 연속 감소하는 등 60세 이상을 제외한 연령대에선 취업자가 7만8000명 줄었다.
12일 통계청이 발표한 '3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천822만3000명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46만9000명 늘었다. 이는 2월 취업자 수 증가 폭(31만2000명)보다 15만7000명 많은 것이다.
취업자 수 증가 폭은 작년 6월(84만1000명)을 정점으로 9개월 연속 둔화하다가 지난달 10개월 만에 반등했다. 지난달 취업자를 연령별로 보면 60세 이상에서 54만7000명 늘었으나 60세 이상을 제외한 연령대에서는 7만8000명 감소했다.
50대(5만명)와 30대(2만4000명)는 취업자가 1년 전보다 늘었으나 20대 이하(-8만9000명)와 40대(-6만3000명)에서 감소했다. 이로써 청년층 취업자는 5개월째, 40대 취업자는 9개월째 줄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 취업자(-4만9000명)가 석 달째 감소했다. 도소매업(-6만6000명), 건설업(-2만명) 등도 감소했다.
반면 보건·복지업(18만6000명)과 숙박·음식점업(17만7000명) 등에서는 취업자 수가 늘었다.
실업자 수는 84만명으로 3만4000명 줄었고 실업률은 2.9%로 0.1%포인트 내렸다. 실업률은 1999년 6월 통계 개편 이후 3월 기준 최저치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