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가 있는 대부분 가정은 매달 의무적으로 수신료 2500원을 전기요금과 함께 내고 있다. 미디어가 다양화된 요즘 시대엔 맞지 않는다는 지적에 정부가 두 요금을 분리 징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대통령실의 설문 결과 96.5%라는 압도적 여론이 제도 개선 찬성했다. KBS는 "수신료는 시청 대가가 아니라 공익사업 경비 충당을 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11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지난달 9일부터 한 달간 대통령실 국민제안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 토론에 부쳤던 'KBS 수신료 분리 징수 안건'은 96.5% 찬성으로 마감됐다.
과거에는 TV 수신료 2500원을 KBS 징수원이 집마다 돌며 걷었지만, 1994년부터 전기요금에 수신료가 통합되면서 한국전력이 일괄 징수하고 있다.
이에 일부 시민단체들이 2006년과 2015년 헌법재판소와 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KBS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가 또 한 번 제동을 걸었다. TV 수신료를 일괄·강제 징수하는 것은 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하고, TV를 시청하는 채널이 유튜브, 인터넷TV(IPTV), 온라인동영상 서비스(OTT) 등으로 다변화하는 추세와도 맞지 않다는 것이다.
대통령실은 'TV 수신료 강제징수'에 반대하는 국민 여론이 96.5%에 달한 만큼, 전문가로 구성된 국민제안심사위원회에 보고하고 권고안을 방송통신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 부처에 전달한다는 방침이다.
TV 수신료 징수 방식을 개선하는 내용의 권고안이 확정되면, 29년간 유지된 '전기료·수신료 통합징수' 방식의 변경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신속한 개선을 위해 방송법을 고치는 것보다는 시행령을 개정하는 방안도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해 7월 "(통합징수는) 편법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미디어 환경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국민의 선택권을 존중하는 쪽으로 (결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TV 수신료가 전기료와 분리되면 현재 99.9%인 수신료 납부율이 분리 징수 때인 52.6% 이하로 떨어질 전망이다.
연간 6800억원인 수신료 수입이 절반 이하로 줄어드는 데 더해 징수 비용도 2000억원가량 들게 돼 KBS 수익이 크게 악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여권 내부에서는 TV 수신료를 분리 징수할 경우 KBS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해지고, 이를 통해 공영방송의 역할과 위상도 재정립할 수 있다는 판단이 나온다.
반면 KBS는 "수신료가 방송 시청 여부와 관계없이 부과되는 '특별부담금'이라는 헌법재판소의 일관된 입장이 누락됐다"며 분리 징수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현재 KBS의 억대연봉자가 절반(46.4%)이나 되고, 이중 절반 이상(1500여명)이 무보직자일 정도로 방만하게 경영하고 있다는 데 대한 국민적 여론은 부정적인 상태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