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가 새로운 비관세 장벽으로 떠오른 탄소세 등 수출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수소경제 대전환’을 선언했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11일 “경북지역 원자력과 풍력, 소형모듈원전(SMR)을 활용해 더 값싸게 수소를 생산·보급하는 체계를 갖춰 수소사회를 준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지사는 지난달 3일 경북경제대표단과 함께 이탈리아 베로나 인근 포스코 스테인리스스틸 가공센터(포스코ITPC)를 찾아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에 기업들이 어떻게 대응하는지 살펴봤다. CBAM은 2026년부터 유럽연합(EU) 지역에 수출하는 철강 비료 등의 제품 생산 과정에 내재한 탄소량에 따라 비용을 부과하는 일종의 ‘탄소세’다. 임창혁 포스코ITPC 법인장은 “2026년부터 t당 38유로의 탄소세를 부담해야 하고 해가 갈수록 비용이 커져 에너지 전환 대응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이 지사는 이런 현장 경험을 소개하며 “스웨덴 독일 스페인 등 유럽 각국에서 탄소 대신 수소와 전기로를 사용하는 미래 철강 기술 개발에 조 단위 투자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포스코 등 경북의 철강산업을 그린철강 생태계로 전환하고, 내연 자동차산업도 수소전기차 중심의 부품·소재산업으로 바꿔가도록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경상북도는 2020년 수소연료전지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는 등 수소 분야 투자를 시작했다. 이날 발표에서는 이를 한층 구체적인 내용으로 정리했다.
우선 △수소 특화산업 육성 △수소 밸류체인 구축 △혁신 플랫폼 조성 등 3대 목표를 정하고, 수소연료전지 발전 클러스터, 수소모빌리티 부품·소재 허브 구축, 수소도시 조성, 청정수소 생산 기반 마련 등 9대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 최근 경주가 소형모듈원전, 울진이 원자력·수소 국가산업단지 후보지로 지정된 여세를 몰아 수소경제 시대를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눈에 띄는 것은 수소 생산·이용 순환체계를 갖추는 내용이다. 장상길 도 동해안전략산업국장은 “울진에는 액화수소 실증 기계연구원 분원과 한국수력원자력 수소연구센터 등을 유치하고, 영덕 에너지융복합단지에는 풍력 연계 메가와트급 청정수소 생산 인프라를 구축한다”고 밝혔다.
울진과 영덕에서 생산된 그린수소는 포스코 수소환원제철(2030년 수소 27만t) 전환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또 수소복합터미널을 설치하는 등 동해안권을 수소물류산업벨트(울진~영덕~포항~경주)로 조성하는 과제도 포함됐다.
올해 말까지 220억원을 들여 수소연료전지 인증센터도 구축한다. 지난해 국토교통부 공모사업에 선정된 포항의 수소도시사업(2023~2026년 416억원)은 수소를 생산·유통·활용하는 수소 생태계 도시를 구축하는 사업으로 수소버스, 충전소, 연료전지 등을 보급한다.
경북의 주력 산업인 자동차 부품기업(1414여 개, 전국 3위)을 친환경 기업으로 전환하기 위해 수소모빌리티 부품·소재 클러스터 구축에 나선다. 수소연료전지 발전 클러스터(1890억원) 예비타당성 조사도 내년 통과를 목표로 추진 중이다.
베로나/포항=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