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견우푸드의 관계사인 한중푸드(매출 6262억원), 견우마을(2521억원), 우리한우(540억원)까지 합하면 견우그룹의 총매출은 1조5726억원에 달한다. ‘덩치’가 중견 식품기업 빙그레(지난해 매출 1조2676억원)보다 훨씬 크다.
대형마트도 쩔쩔매
매출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렸는데도 이 그룹의 존재가 일반인에게 낯선 건 비상장·가족 기업이어서다. 한중푸드는 박안수 회장(2021년 말 기준 지분율 26%)을 비롯해 박하늘(18%), 박재원(40%) 씨 등 오너 일가가 지분 85%를 보유하고 있다. 견우푸드는 박 회장과 박재원 씨의 지분이 각각 20%, 80%다. 견우마을 역시 박 회장(55%) 일가와 한중푸드(21.05%)가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축산·육가공업계에서 견우그룹은 ‘스타’로 불린다. 1956년생인 박 회장은 1982년 그룹 모태인 한중푸드를 창업했다. 이 회사는 창립 초기 국내산 돈육, 지육을 취급하다가 지금은 국내에서 가장 큰 수입 소고기 업체가 됐다.
첫 번째 도약 발판은 1998년 소고기 수입 개방이었다. 쿼터제가 있던 1998년 이전엔 한냉, 대한제당 등이 수입을 도맡았지만, 경쟁의 문이 활짝 열리자 박 회장은 모든 역량을 수입에 집중했다.
2000년대 들어 유통업계에 대형마트발(發) ‘빅뱅’이 일어나면서 한중푸드는 또 한 번의 호재를 맞게 된다. 이마트 등이 욱일승천하던 때였다.
소비자들은 도심의 대형 매장에서 자동차로 손쉽게 장을 볼 수 있게 되자 육류 소비를 빠르게 늘렸다. 당시만 해도 이마트 등은 자체 미트센터를 갖추고 있지 않았다. 한중푸드는 이마트와의 거래를 늘리면서 규모를 키웠다.
코스트코 납품으로 대박
견우푸드가 별도로 설립된 건 2005년이다. 박 회장은 회사를 무역업 중심에서 육가공 전문업체로 변신시켰다. 식육, 양념육가공, 건포류(육포) 가공 등을 주 사업 목적으로 하는 견우푸드는 코스트코와 거래 물꼬를 트면서 퀀텀 점프의 발판을 마련했다.코스트코는 다른 대형마트와 달리 소수의 검증된 납품업체만 집중적으로 키우는 유통회사다. 한중푸드와 견우푸드는 코스트코에 육포 등 육가공품을 집중적으로 납품하면서 전국구 기업 간 거래(B2B) 기업으로 도약했다.
축산물 수입 전문 회사인 한중푸드는 2021회계연도에 6261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매출총이익은 213억원에 불과했다. 판매비와 관리비를 제하고 난 뒤 그 해 57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이 손실은 견우푸드가 만회했다. 견우푸드는 2021회계연도에 매출 6403억원, 영업이익 1031억원을 거뒀다. 코스트코가 견우푸드에 한우 제품만 공급받기 위한 별도 관계사 설립을 요청할 정도로 양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발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통업체 관계자는 “육가공 제조 및 유통 시장에서 견우·한중푸드의 위세는 ‘슈퍼 을’이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상당하다”며 “한 대형마트가 거래를 제안했지만, 보기 좋게 차였을 정도”라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