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차세대 발사체(로켓) 10t급 상단엔진의 터보펌프 시험 중 발생한 폭발 화재 사고의 추정 원인이 나왔다. 7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등에 따르면 화재 발생 추정 원인은 △이물질 탈락 구성품 충돌 △급격한 압력·온도 변화 인한 변형 마찰 두 가지 경우로 추정됐다. 터보펌프는 길이 약 1m, 지름 30㎝ 가량의 알루미늄과 스테인레스스틸 등으로 이뤄진 금속 복합체다. 발사체 내 연료(케로신)와 산화제(액체산소)를 탱크에서 엔진부로 고압으로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구조가 복잡하고 회전 속도가 빨라 개발 난이도가 매우 높다.
터보펌프 한쪽에 있는 액체산소는 영하 170도 안팎의 극저온이다. 반대편에는 400도 안팎의 열을 받는 터빈부가 있다. 항우연 연구진은 “극저온과 고온이 같이 있는 환경에서 축이나 몸체가 뒤틀리면서 닿지 말아야 할 부품이 마찰해 열이 발생하며 폭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는 펌프 내부에서 이물질 등이 충돌해 불꽃을 일으켜 폭발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항우연 측은 폭발 사고로 터보펌프가 전소됐고,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 도 사고 순간이 촬영되지 않아 오로지 측정된 데이터로 추정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날 나로우주센터를 방문해 상황을 보고 받은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발사체 개발 과정은 매우 도전적이고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과정으로 위험이 발생할 수 있음을 알고 있다”며 “다만 연구자들의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하므로 철저한 안전 관리 하에 진행할 수 있도록 각별히 신경써주길 부탁드린다”라고 전했다.
1월 31일 오후 3시 25분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화재 사고가 발생했다. 차세대 발사체 로켓 엔진에 연료를 공급하는 데 쓰일 10t급 엔진 터보펌프를 개발하기 위해 실제 연료를 주입해 성능을 시험하던 중 실험 착수 42초 만에 폭발했다. 과기정통부는 화재가 발생하자 즉시 비상정지 절차에 따라 나로우주센터의 소방반이 출동해 1시간 10분 만에 불을 껐다고 설명했다. 시험 설비가 소실됐지만, 인적 피해는 없었다. 건축물 정밀안전진단결과 시험설비 구조물 안전성에는 영향 없었으며 시험설비는 내년초까지 복구 완료 예정이다. 재발 방지 위해 터보 펌프 설계 개선해 조립 안전성 강화하고 설비 배관 배치 및 운용 방법 등도 개선한다. 터보펌프 제작은 내년 상반기 검증 시험 거쳐 완료될 예정이다.
한편 이 장관은 이르면 다음달 예정인 누리초 3차 발사 준비 현황에 대한 보고도 받았다. 누리호 조립동과 발사대를 방문하여 기체 총 조립 현황, 발사 및 안전 시스템 준비 상황 등을 점검했다. 현재 누리호는 1단 및 2단의 단간 조립이 완료된 상태다. 항우연 기술진은 각종 성능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3단에 대해서는 위성을 탑재하기 위한 사전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발사대의 경우 2차 발사 시 화염의 영향을 받았던 부품과 센서 등을 모두 교체했다. 안전한 발사를 위한 종합 훈련도 4월 말에 실시할 예정이다. 이 장관은 “누리호 2차 발사 성공이 3차 발사를 담보하지 않는 만큼, 3차 발사 준비에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며, “누리호 반복 발사를 통해 기술적 신뢰도를 높여 나가는 데에 정부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김진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