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한국시간) 개막하는 올해 첫 메이저 대회 마스터스에서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선수들과 LIV골프 선수들의 맞대결이다. LIV골프에서 활동하는 선수들은 그간 PGA투어 출전이 금지됐지만 마스터스 대회를 주관하는 오거스타 내셔널GC가 “자격만 충족한다면 누구나 마스터스에 출전할 수 있다”고 문을 열어두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필 미컬슨(53·미국), 더스틴 존슨(39·미국)을 비롯해 18명의 LIV골프 선수들이 출전하면서 이번 마스터스는 양 진영의 대표 선수들이 정면승부를 벌이는 판이 됐다.
PGA투어와 LIV골프의 대립에서 중립을 취하는듯 했던 오거스타 내셔널이 PGA투어 쪽으로 확실한 노선을 잡았다. 내년 마스터스 출전 자격에서 PGA투어 출전권이 있는 선수들에게 문호를 더 열어주면서다.
오거스타 내셔널GC 회장이자 마스터스 대회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는 프레드 리들리는 대회 개막을 하루 앞둔 6일 기자회견을 갖고 “PGA투어 시즌 최종전인 투어 챔피언십 참가 선수들과 풀포인트가 할당된 PGA투어 대회 우승자들에게 마스터스 출전권을 부여한다”고 밝혔다. 두 조건 모두 ‘PGA투어에 출전할 수 있는 자격을 기본으로 갖고 있는 선수’라는 사실이 전제되어야 한다. PGA투어 출전자격이 없는 LIV골프 선수 대신 PGA투어 선수들을 위한 자리를 좀더 마련하겠다는 뜻이다.
이를 두고 미국 ESPN 등 외신들은 “올해 마스터스에 출전한 LIV골프 선수 테일러 구치와 같은 사례가 나오기 힘들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구치는 지난 연말 기준 세계랭킹 48위로, 50위 기준을 턱걸이로 넘기면서 올해 마스터스에 출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투어 챔피언십에는 PGA투어의 출전 금지 규정에 따라 나가지 못했다.
리들리 회장은 질의응답에서 LIV골프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을 보다 분명히 했다. 그는 “PGA투어에 더이상 참가하지 않는 선수들의 상당수를 잘 알고 있다. 지금도 그들을 친구라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들은 벤 호건, 아놀드 파머, 잭 니클라우스, 타이거 우즈 등 앞선 세대의 피, 땀, 눈물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터전에서 경력을 쌓았다. 이곳을 떠나는 것은 정말 실망스러웠다”고 말했다. 이어 “그 터전에서 성공을 거둔 뒤 다른 곳으로 떠나는 것은 다음 세대를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세계랭킹을 기준으로 마스터스 출전 자격을 결정하겠다는 뜻도 재차 확인했다. 그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장기적, 객관적으로 만들어진 세계랭킹은 초대 선수를 결정하는 정말 좋은 기준”이라고 강조했다. 총 54홀로 진행되는 LIV골프 대회는 세계랭킹 포인트를 인정받지 못한다. 때문에 LIV골프 선수들의 세계랭킹은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현재 세계랭킹 톱10 가운데 LIV골프 선수는 캐머런 스미스(30·호주)가 유일하다. 지난 7월 디오픈 우승 직후 LIV골로 옮긴 그는 한때 세계랭킹 2위였지만 지금은 6위까지 떨어진 상태다. 1년 전 세계랭킹 20위 안쪽에 들었던 브라이슨 디섐보(30·미국), 브룩스 켑카(33·미국)는 모두 100위 밖으로 밀려난 상태다. 결국 LIV골프에서 뛰면서 마스터스 출전권을 얻으려면 미컬슨, 존슨처럼 마스터스에서 우승한 적이 있거나 아시안투어 등을 통해 세계랭킹을 올리는 수 밖에 없다.
오거스타 내셔널GC가 PGA투어에 기울어진 분위기는 이미 감지된 바 있다. 오거스타내셔널GC는 이번 대회에 제이 모너핸 PGA투어 커미셔너, 케이스 펠리 DP월드투어(옛 유러피언투어) 대표를 초청했다. 하지만 LIV골프의 수장 그렉 노먼은 초청하지 않았다. 노먼은 "난 메이저 대회 우승자(1986, 1993년 브리티시오픈)인데 마스터스에 초청받지 못했다. 정말 옹졸하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리들리 회장은 "우리는 노먼 대표에게 초청장을 보내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그는 "마스터스 자체에 집중하고 싶다"며 "마스터스에 출전하는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조명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도 이번 대회에서 아직까지는 PGA투어와 LIV골프가 특별한 갈등을 빚어내지 않은 상태다. 강경 PGA투어파인 로리 매킬로이는 5일 LIV골프의 대표 선수 중 하나인 켑카와 함께 연습라운드를 치르면서 유화 무드를 연출했다. 우즈, 프레드 커플스 등 PGA투어를 대변해온 강경파와 존슨, 미컬슨, 버바 왓슨(45·미국) 등 LIV골프로 옮긴 선수들이 한자리에 모여 관심을 끌었던 챔피언스 디너 역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마무리됐다.
오거스타=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