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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증시는 은행 위기에서 시작했지만, 4월은 OPEC+의 기습적인 하루 석유 감산으로 시작됐다.
3일(현지시간) CNBC 및 블룸버그 마켓워치에 따르면, OPEC+는 전 날 하루 약 116만배럴의 석유를 감산한다고 갑작스럽게 발표, 세계 경제에 새로운 인플레이션 재점화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이 날 5월 인도분 WTI(서부텍사스중질유)는 단숨에 8%나 급등해 런던에서 오전 10시 3분(현지시간) 에 배럴당 79.95달러에 거래됐다. 벤치마크인 6월 결제분 브렌트유도 배럴당 5.8% 상승한 84.37달러를 기록했다.
OPEC+의 감산 소식에 달러지수는 전날보다 1% 이상 올랐다. 2년만기 미국채 및 10년만기 미국채 수익률도 각각 7bp(베이시스포인트) 5bp~3bp 씩 상승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부는 전 날 석유 시장 안정을 위해 올해말까지 하루 50만 배럴을 자발적으로 감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역시 하루 50만 배럴 감산을 연말까지 연장한다고 발표했으며 기타 국가들도 전체 16만배럴 감산을 추가했다.
OPEC+의 예상밖 감산은 인플레이션 둔화를 기대하고 있는 세계 경제에 새로운 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해 금리 인상 장기화 및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가들은 지적했다. 감산 발표후 골드만 삭스는 올해말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95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OPEC+의 감산 결정은 지난해 말 이후 원유 가격이 급격히 하락한데 따른 것이다.
유가는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배럴당 120달러 이상으로 단기 급등후에는 작년 10월 OPEC+의 하루 2백만 배럴 추가 감산 발표에도 하락을 지속해왔다. 브렌트유는 지난달 31일 종가 기준으로 1년전보다 24% 떨어졌다.
중국의 코비드19 해금에도 원유 수요가 크게 늘지 않은데다 경기 침체 우려로 수요가 감소할 경우 유가가 추가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산유국들의 감산 결정으로 나타났다.
다우존스 마켓 데이터에 따르면 금요일 배럴당 75.68달러로 마감된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 중질유는 3월에 1.8% 떨어졌고 1분기에만 5.7% 하락했다. 브렌트유는 3월에 4.9%, 1분기에 7.2% 하락하여 금요일에 배럴당 79.77로 80달러 이하로 마감했다.
제프리스의 에너지 주식 분석가인 지아코모 새로운 감산이 완전히 시행된다면 2분기부터 원유 재고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백악관은 OPEC+의 결정이 부적절하다고 말하면서 미국은 생산자 및 소비자와 휘발유 가격에서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싱가포르의 반다나 인사이트 창업자인 반다나 하리는 “유가가 오를 경우 수요 위축으로 이어지고, 각국 중앙은행의 최우선 과제인 인플레이션 악화로 이어져 결국 경기 침체 위험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 날, 엑슨모빌(XOM), 쉐브론, 옥시덴탈석유 등은 개장전 거래에서 3%~4%까지 일제히 상승했다. 영국 시장에서도 BP, 쉘 등의 석유회사들 주가가 급등했다.
김정아 객원기자 k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