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직접 만든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할 수 있는 ‘다이렉트 인덱싱(직접 조합)’ 시장이 개화하고 있다. 개개인이 ETF 운용역처럼 직접 테마·스타일·종목 비중 등을 결정할 수 있는 서비스다. 투자 선진국 미국에서 큰 성공을 거둔 만큼 한국에서도 다이렉트 인덱싱 시장이 급성장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DI 시장 뛰어드는 운용사들
KB자산운용은 다이렉트 인덱싱 서비스를 위한 상품 개발을 끝내고 이달 말부터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3일 밝혔다. 우선 국내 종목만을 대상으로 하지만 연내 해외 종목까지 자유롭게 담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지난달에는 NH투자증권이 국내 처음으로 다이렉트 인덱싱 서비스를 시작했다. 한화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등도 다이렉트 인덱싱 서비스 출시를 준비하거나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운용사들이 앞다퉈 시장에 뛰어드는 건 다이렉트 인덱싱이 ‘미래 먹거리’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어서다. 다이렉트 인덱싱이 지닌 뚜렷한 장점 때문이다. 현재 시장에 상장돼 있는 ETF는 투자자 입맛에 100% 맞는 상품을 찾는 게 쉽지 않다. 투자 테마는 마음에 들지만 투자하고 싶지 않은 종목이 껴 있거나, 반대로 투자하고 싶은 종목이 빠져 있는 경우가 많다. 선호하는 섹터 ETF가 아예 상장돼 있지 않은 경우도 있다. 다이렉트 인덱싱은 자신만의 테마 ETF를 개발할 수 있고, 취향에 맞게 특정 종목을 빼거나 더하는 것도 가능하다.
“장기 투자수익률 제고 기회”
미국에서 다이렉트 인덱싱은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투자 상품 중 하나다. 2018년 1300억달러(약 172조원)이던 시장은 지난해 말 기준 4620억달러(약 608조원)로 커졌다. 2026년에는 8250억달러(약 1086조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블랙록, 뱅가드 등 세계 최대 운용사들은 다이렉트 인덱싱 관련 업체를 적극적으로 인수하고 있다. 빠른 성장세에 월가에선 “다이렉트 인덱싱 시장 규모가 상장 ETF보다 커질 것”이란 예상까지 나온다.
전문가들은 미국 증권 시장의 성장사(史)를 따라가는 한국에서도 다이렉트 인덱싱 시장이 급격히 커질 것이란 예측을 내놓는다. 향후 증권거래세 폐지, 소수점 거래 활성화 등으로 다이렉트 인덱싱 비용이 더 낮아지면 시장이 급격히 성장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개인 투자자들은 단기·위험투자 성향이 강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높은 수익률을 올리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다이렉트 인덱싱에도 ‘장기투자’ ‘분산투자’ 등의 원칙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상품 및 서비스의 개인화 추세가 패시브 투자에서도 나타날 것”이라며 “장기투자 등을 위한 유용한 정보가 잘 제공된다면 다이렉트 인덱싱이 수익률을 높이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