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유럽연합(EU)의 행정부 수장과 주요국가인 프랑스의 대통령, 독일의 외무장관이 차례로 중국을 찾는다
중국 외교부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시진핑 국가주석의 초청으로 5∼7일 중국을 국빈 방문한다고 3일 발표했다. 시 주석과 마크롱 대통령은 6일 베이징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중국·유럽 관계 개선 방안 등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시기에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도 중국을 방문한다고 EU는 1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에 시 주석과의 3자 회동도 개최될 예정이다.
시 주석은 유럽 지도자들과 만남에서 반도체 등 분야에서 중국을 배제하려는 미국의 움직임에 프랑스가 동참하지 않을 것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마크롱 대통령은 중국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군사적 지원을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할 것이라고 프랑스 엘리제궁 관계자가 최근 전했다.
시 주석과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회담한지 약 5개월 만에 다시 대면하게 됐다.
EU의 형님격인 독일 외무장관도 이달 중순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안나레나 배어복 독일 외무장관이 이달 중순 중국을 방문한 뒤 일본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할 것이라고 3일 독일 경제일간지 한델스블라트를 인용해 보도했다.
앞서 독일의 올라프 숄츠 총리는 서방국의 대중국 견제 기류 속에 지난해 11월 독일의 대표 기업인들을 이끌고 중국을 찾아 화제가 된 바 있다. 숄츠 총리는 2020년 코로나19 사태 발생 후 처음으로 방중한 유럽국가 정상이다.
배어복 장관은 이번 방중에서 독일 정부가 작성 중인 대중국 전략 보고서를 조율할 것이란 분석이다. 추이훙젠 중국국제문제연구원 유럽연구소장은 글로벌타임스에 "최근 독일에서 중국 정책에 대해 많은 논쟁이 있었다"며 "독일 정부 내에 많은 다른 목소리가 있는 만큼 배어복 장관의 첫 번째 방문 목적은 중국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EU 지도자들의 방중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U는 안보적으로 미국과 동맹이지만 경제적인 협력에 있어선 중국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EU 내부에서는 독일, 프랑스 등은 중국과 경제적 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희망하는 반면 동유럽의 회원국들은 상대적으로 강경한 대중 정책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가 지난달 31일 베이징에서 시 주석을 만났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도 상반기 중국 방문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