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금리격차 확대에도 환율은 하락
3일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경제분석 29호에 실린 윤재호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의 논문 '한·미 금리격차, 실질환율, 그리고 달러 캐리 원화수익률: 현재가치 방법론을 이용한 분석'에 따르면 환율 결정에는 현금흐름보다 위험프리미엄 변화가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윤 교수는 "'한미 금리격차가 역전되면 자본이 유출돼 원화 환율이 급등(원화가치 하락)할 것'이라는 말은 실질환율에서 현금흐름 측면만을 강조한 것"이라며 "분석결과 현금흐름뿐 아니라 위험프리미엄이 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썼다.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차이는 현재 1.5%포인트(미국 금리 상단 기준)다. 한국은행은 지난 2월 기준금리를 3.5%로 동결한 반면, 미국 중앙은행(Fed)은 지난달 말 4.75~5.0%로 한차례 더 높이면서 격차가 다시 벌어졌다.
한미 금리 역전은 지난해 7월 시작됐다. 미국이 1.75%에서 2.5%로 높이며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할 때 한국은 1.75%에서 2.25%로 빅스텝하는 데 그쳐서다. 9월엔 금리차가 0.75%포인트로 확대됐고, 12월엔 1.5%포인트까지 벌어졌다.
하지만 이 기간 환율은 금리차 확대와 완전히 연동되지는 않았다. 격차가 0.75%포인트던 9월말 원달러 환율이 연중 가장 높은 1430원대로 올랐고, 격차가 확대된 12월엔 1265원 정도로 떨어진 것이다. 지난 2월 이후 반등이 시작돼 현재는 원달러 환율은 1300원 초반대를 기록하고 있다.
외국인, 韓 채권보다 주식에 투자…"위험 선호"
윤 교수는 이같은 현상에 대해 환율이 크게 오른 시점에는 현금흐름에 따른 환율변동으로 이를 설명할 수 있지만 이후엔 위험프리미엄의 감소가 원화가치 상승으로 이어진 것으로 봐야한다고 했다.지난해 10월 미국 Fed가 정책금리 인상의 속도조절에 나서거나 정책금리를 조만간 인하할 수 있다는 기대가 확산하면서 글로벌 투자자들이 해외 주식이나 장기채권에 대한 수요를 키웠다는 것이다.
한국 자본시장은 특히 외국인의 주식투자금액이 채권투자금액보다 많아 위험선호 영향을 크게 받은 것으로 분석됐다. 또 채권투자에서 단기채보다 장기채 규모가 크기 때문에 단기 금리 격차의 영향을 덜 받는 측면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금리 역전 시기에도 외국인 증권 자금은 모두 순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1기인 1996년 6월~2000년 5월엔 168억달러, 2기인 2005년 8월~2007년 9월엔 304억달러, 3기인 2018년 3월~2020년 2월 403억달러 등이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