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3월 30일 14:42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전 총괄프로듀서가 31일 주주총회장을 찾아 주주들을 직접 만나 메시지를 전달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SM엔터의 경영권이 카카오로 넘어간 후 첫 공식 행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이 전 총괄은 오는 31일 서울 성동구 아크로서울포레스트D타워 2층에서 진행될 SM엔터 주주총회장을 찾을 계획이다. 현장에서 주주제안 방식 등으로 입장문을 발표할 가능성도 열려있다. 한 관계자는 "본인 의사에 따라 마지막 단계에서 바뀔 수도 있지만 이 전 총괄이 주총장에 참석해 의견을 전달하는 방향으로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이 전 총괄은 지난해 말 기준으론 SM엔터 최대주주다. 지난달 지분 14.8%를 하이브에 넘겨 현재는 지분 3.8%를 보유한 소액주주 신분이다.
이날 주총에선 현 SM엔터 이사회에서 추천한 사내이사 3인(장철혁, 김지원, 최정민)의 선임 건과 사외이사 5인(김규식, 김태희, 문정빈, 이승민, 조성문) 그리고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와 장윤중 카카오엔터 부사장의 기타비상무이사 선임 건이 의안으로 상정될 예정이다. 이 전 총괄은 하이브와 함께 사내이사 3인과 사외이사 3인, 기타비상무이사 1인을 추천해 표대결을 펼 예정이었지만 하이브가 카카오 측과 SM엔터 경영권을 둔 경쟁을 포기하면서 주주제안도 함께 철회됐다.
SM엔터의 창업자인 이 전 총괄은 지난 2월 22일 자신이 보유 지분 18.6% 중 14.8%를 주당 12만원, 총 4229억원에 하이브에 매각한 바 있다. 이후 "나에게 '더 베스트'는 하이브" 란 소회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카카오가 주당 15만원에 공개매수에 돌입해 지분을 끌어모으고 하이브가 백기를 들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이 전 총괄은 "카카오가 진행하는 공개매수엔 참여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SM엔터와 관련해 직접적인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자제해왔다.
이 전 총괄이 주총에서 카카오에 대한 '반격'에 나설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 전 총괄은 문재웅 변호사를 SM엔터 주총의 검사인으로 선임한 후 "진행 및 결의가 적법하게 이뤄지는지 조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현장에서 자신에게 반기를 든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와 이성수·탁영준 전 공동 대표 등 임원진과 만날 지도 관건으로 보인다.
SM엔터는 '이수만 지우기'에 나서고 있다. 이달 6일에 발매된 샤이니 출신 온유의 첫 정규 음반 '서클'의 제작진 명단에서 기존 SM엔터 소속 가수의 음반에 적혀온 'Producer'(프로듀서) 항목과 'SOO-MAN LEE'(이수만) 표기가 사라졌다. 이달 13일에 발매된 카이의 미니 3집에서도 이수만의 이름은 삭제됐다. 지난해 12월 31일부로 이 전 총괄의 개인회사 라이크기획과 SM엔터 간 라이선스 계약이 조기 종료되면서 나타난 변화다. 이수만의 독점 프로듀싱에서 탈피해 멀티 프로듀싱을 시작으로 'SM 3.0' 실현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