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이후 마이스(MICE) 행사가 폭발적으로 재개됨에 따라 이를 잡으려는 국내 호텔업계의 각축전도 뜨겁다.
30일 호텔업계에 따르면 마이스 행사를 유치할 역량을 갖춘 국내 주요 대규모 호텔의 행사 예약률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3월 한달간 롯데호텔의 마이스 행사 예약 건수는 전년 동월 대비 40% 이상 증가했다.
서울 인터컨티넨탈 코엑스와 그랜드 인터컨티넨탈에서 올해 열릴 예정인 마이스 행사는 600건이 넘는다. 하루에 1.6건의 행사가 개최되는 셈이다.
이 가운데 40%는 주로 해외 참석자들이 국내로 들어오는 인바운드 예약이다. 인터컨티넨탈 관계자는 “올해 마이스 수요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넘어선 수준”이라고 말했다.
행사 유치를 위해 호텔업계에서 오랜만에, 혹은 처음으로 해외 마케팅에 나서는 사례도 늘고 있다. 조선호텔은 오는 5월 마이스 행사 유치를 위해 연회·객실 영업 담당자가 싱가포르, 홍콩으로 출장을 떠난다. 마이스 행사 유치를 위해 연회와 객실 판촉 부서가 동시에 해외출장을 가는 건 2019년 7월 이후 처음이다.
롯데호텔은 지난 1월 마이스 태스크포스팀(TFT)을 만들어 마이스 행사 영업 전문가를 배치했다. 1979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개업 이후 마이스 전담 TFT를 만든 건 이번이 처음이다. 롯데호텔은 TFT를 통해 마이스 행사를 적극 유치하고 전국의 롯데호텔 업장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고객을 관리할 계획이다.
호텔업계가 마이스 행사 유치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수익성 개선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마이스 행사는 통상 연회장, 식음업장, 객실 등 호텔 내 모든 시설을 이용하는 행사다. 특히 객실의 경우 10박 이상 장기 숙박하는 사례가 많아 일반 투숙에 비해 객단가가 높다.
그런 만큼 일부 해외 호텔은 마이스 유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별도의 사업을 펼치기도 한다. 메리어트인터내셔널은 2015년 업계 최초로 마이스를 위한 온라인 플랫폼 ‘미팅 이매진’을 선보였다. 마이스 행사를 개최할 지역, 호텔을 편리하게 찾아볼 수 있고 다른 사람이 진행한 미팅 포트폴리오를 볼 수 있는 서비스다.
앰배서더호텔그룹은 2019년 종합 마이스 플랫폼 기업 ‘커넥코’를 설립했다. 커넥코는 전시·컨벤션·의전서비스 등을 결합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업계에선 늘어나는 마이스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선 호텔업계의 고질적 애로사항인 인력 충원에 대한 정부의 해결책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인력난이 심각한 식음료 서비스와 객실 관리 부문에 비전문취업비자(E-9) 소지 외국인을 채용할 수 있도록 허가해달라는 요구가 대표적이다. 업무 특성상 전문기술이나 숙련도가 크게 요구되지 않는 만큼 E-9 소지자들이 일하기 적합하다는 주장이다.
주방장, 조리사 등에게 발급되는 특정활동 비자(E-7) 소지자에 대한 채용 한도를 더 늘려달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호텔의 식음료 업장은 매출 규모, 면적 등에 따라 2~5명의 E-7 소지 외국인을 고용할 수 있다. 하지만 양식·중식 업장 등에서 꼭 필요한 해당 국가 셰프와 보조 인력을 채용하고 나면 한도가 꽉 차는 만큼 할당량을 확대해달라는 얘기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