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原乳)가 아닌 귀리, 아몬드 등 식물성 원료를 사용하는 ‘대체유(乳)’ 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대체유는 우유보다 칼로리가 낮고 소화가 잘 되다 보니 비건(적극적 채식주의자)뿐만 아니라 일반 소비자들도 대체유를 찾는다.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B2C(기업·소비자 간 거래) 제품에 이어 카페나 레스토랑 등 외식업체에 공급하기 위한 B2B(기업간 거래) 제품 출시가 잇따르고 있다.
빙그레는 대표 제품 바나나맛 우유의 식물성 버전 음료인 ‘식물성 바나나맛 우유(이하 바유)’를 출시했다고 29일 밝혔다. 식물성 바유는 아몬드와 콩을 기본 원료로 사용해 만든 제품으로 한국비건인증원의 인증을 받았다.
빙그레 관계자는 “바나나 향과 잘 어울리면서도 원조 제품의 식감을 유지할 수 있는 원료를 끊임없이 찾았다”며 “아직 비건 음료의 맛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도 식물성 바유를 맛있게 즐길 수 있도록 제품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빙그레가 식물성 음료를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체유 시장 성장에 따른 대응책이다. 초반 두유에 국한됐던 국내 대체유 시장은 귀리, 아몬드, 코코넛 등 사용 가능한 원료가 늘어나면서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두유를 포함한 국내 대체유 시장은 2018년 5211억원에서 올해 6769억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중 두유를 제외한 시장은 같은 기간 308억원에서 934억원으로 세 배 이상 확대됐다.
경쟁사들의 잇따른 식물성 제품 출시도 빙그레를 자극했을 것으로 풀이된다. 매일유업 ‘아몬드브리즈’와 ‘어메이징 오트’, 남양유업 ‘아몬드데이’, CJ제일제당 ‘얼티브’가 이미 시장에 나왔고 신세계푸드의 ‘제로밀크’와 오리온의 ‘오!그래놀라 오트’ 등이 출시를 앞두고 있다.
식품업계가 대체유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B2B 시장에서도 찾을 수 있다. 저출산, 식습관 변화 등으로 가정에서 일반 우유 소비량이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지만 커피 프랜차이즈 전문점 등 B2B 채널에서는 대체유 수요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스타벅스(2021년)에 이어 이디야, 메가커피 등 저가 커피 업체들도 올해부터 오트(귀리) 옵션을 추가했다.
대체유를 찾는 고객들을 겨냥하기 위해 매일유업은 지난해 2월 950mL짜리 ‘어메이징 오트 바리스타’ 제품을 출시하고 폴 바셋, 스타벅스, 카페베네 등에 납품중이다. 바리스타 전용 제품은 귀리, 아몬드 등 원재료 향을 줄여 커피나 차와 잘 어울리도록 개선한 제품이다. 매일유업에 따르면 어메이징 오트의 올해 1~3월 B2B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배 가량 증가했다. CJ제일제당도 이달 ‘얼티브’의 바리스타 전용 제품을 내놨다.
한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