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출범 10개월여 만에 저출산 종합대책을 내놨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어제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회의에서 발표한 정책 추진 방향 및 과제를 보면 백화점식으로 과제를 나열한 이전 정부와 달리 목표를 구체화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체감도와 효과를 높이려는 의지가 눈에 띈다. 지금까지 16년 동안 저출산 대책에 280조원을 쏟아붓고도 합계출산율이 1.13명에서 지난해 0.78명으로 떨어진 데 대한 반성적 태세 전환이다.
저출산의 주요 요인인 주거비용, 일과 육아 병행의 어려움, 경력단절 우려, 양육 및 교육비 부담 등에 대책의 초점을 맞춘 것은 그런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맞벌이 가정을 위한 아이돌봄 서비스와 시간제 보육 3배 확대,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지원의 연령·기간 확대, 국공립어린이집 연 500곳 확충, 신혼부부 공공분양 주택 등 43만 가구 공급, 부모급여·자녀장려금 단계적 확대, 2세 미만 입원·진료비 무료화 등의 체감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각종 다자녀 혜택의 기준을 3자녀에서 2자녀로 낮춘 것도 현실을 고려한 선택이다. 난임시술비 지원 대상을 단계적으로 확대키로 한 것도 난임부부들에게는 희소식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합계출산율 꼴찌인 한국의 초저출산 문제는 하루 이틀에 해결될 일이 아니다. 백화점식, 보여주기식 대책 나열로는 돈만 들 뿐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난제 중의 난제인 만큼 여러 가지 대책에 적잖은 예산이 드는 것은 불가피하다. 2020년 합계출산율이 1.8명인 프랑스의 가족지원금은 국내총생산(GDP)의 3.6%로 우리의 3배 가까이 된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정책의 효율성이다. 효과만 있다면 돈을 쓰지 못할 이유가 없다. 그런 점에서 저출산위가 정책 효과 중심의 평가체계를 마련하기로 한 것은 잘한 일이다. 하지만 인구정책은 단기간에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조급증을 내서는 안 될 것이다.
저출산은 만혼과 비혼 증가 등 인구학적 요인 외에 육아로 인한 경제적 부담, 청년세대의 워라밸 추구 등 사회경제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초래한 문제다. 정책 수요자의 요구와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지속적으로 정책을 보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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