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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차별적 美반도체법, 방관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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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미국 워싱턴에 있는 외신기자센터. 한국과 대만 일본 특파원을 상대로 한 설명회에서 “반도체지원법상 보조금 요건이 너무 엄격한 것 아니냐”는 질문이 나왔다. 이에 대해 라민 툴루이 미 국무부 경제기업담당 차관보는 “반도체법은 미국 기업과 외국 기업에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답했다. 반도체 보조금을 받으면 초과이익을 공유해야 하고, 생산시설도 공개해야 할 뿐만 아니라 중국 내 생산에도 제약이 가해지는데 이는 기업 국적과 무관하다는 설명이다.
미국 기업들이 안심하는 이유
툴루이 차관보의 답은 이론적으로 맞는 말이다. 그러나 현실에선 그렇지 않다. 미국 반도체 기업들은 중국에 반도체 공장이 없다.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대만의 TSMC 등 세 개 기업만 중국에서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다. 다만 TSMC의 중국 내 생산량은 전체 생산량의 7~8%(웨이퍼 기준)밖에 되지 않는다.

이에 비해 삼성전자는 전체 낸드플래시의 40%를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중국 의존도는 더 높다. D램의 중국 생산 비중은 45% 내외다. 2020년 인텔로부터 다롄에 있는 낸드플래시 공장까지 인수했다. ‘모든 기업에 동등하게 적용된다’는 반도체 보조금 요건은 실상 알고 보면 대부분 한국 기업에 해당한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미국 기업들은 걱정하지 않는다. 한국 정부 고위 관계자는 “미국 반도체업계는 상무부와 협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보조금 규정을 소화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에 불리할 내용은 이뿐만 아니다. 반도체법은 공급 부족을 전제로 탄생했다. 코로나19 이후 빚어진 반도체 부족 현상이 이 법의 제정 배경이다. 이 때문에 ‘예상을 뛰어넘는 이익을 얻으면 보조금의 75%까지 토해낼 수 있다’는 이익공유 조항이 들어갔다. 그런데 현재 메모리 반도체는 공급 과잉 상황이다. 한국 기업들이 중국 메모리 사업에서 막대한 손해를 볼 수 있지만 미국 반도체법엔 공급 과잉을 전제로 한 규정은 찾아보기 힘들다.
결과적으로 한국만 피해
보조금 대상과 규제 대상이 일치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 한국과 대만 반도체 기업들은 미국에서 보조금을 받아 시스템반도체를 생산할 계획이다. 그런데 보조금을 받는 대가로 규제받는 건 중국 내 사업이다. TSMC는 그나마 중국에서도 파운드리 사업을 하고 있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다. 메모리반도체 사업만 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미국에 시스템반도체 공장을 지어 보조금을 받으면서 시스템반도체가 아닌 중국 내 메모리 반도체 생산량을 통제받는 것이다.

미국은 가드레일(안전장치) 조항을 근거로 반도체 보조금을 받으면 중국 공장 증설을 제한하기로 했다. 한국 기업이 중국에서 생산하는 첨단 반도체는 10년간 5%(웨이퍼 투입량 기준)까지만 늘릴 수 있게 허용했다.

결과적으로 미국의, 미국에 의한, 미국을 위한 반도체법은 한국 차별 규정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도 한국 정부는 반도체법의 현실적 모순을 지적할 생각은 없는 것 같다. “삼성과 SK하이닉스가 당장 중국 공장 문을 닫지 않아도 되니 최악은 면했다”고 자화자찬하는 일이 언제까지 반복될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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