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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탄소배출권시장 수급 개선하려면 [더 머니이스트-김태선의 탄소배출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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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탄소배출권(KAU) 시장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8년차에 접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배출권시장에 대한 배출권 수급관리와 수급 불균형을 해소할 만한 정책적, 제도적 기준이 매우 미흡합니다.

코로나19 이전인 제1차·2차 계획기간에는 수요우위 속에 보유심리 확산, 유동물량 부족을 해결하고자 일정 물량 매도를 전제로 한 이월제한 조치가 도입돼 가격 급등과 물량 부족 문제를 해결해 왔습니다. 2019년 1월 23일에는 유상 할당에 따른 경매시장이 개설돼 배출권의 안정적인 유동성 공급장치가 마련되기도 했습니다. 제3차 계획기간(2021~2025년) 동안, 유상 할당 비중증가로 경매시장의 낙찰 물량은 현물시장과 맞먹는 규모까지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에는 경기 둔화와 에너지 수요 급감으로 잉여사태가 발생했고 2021년 6월에는 톤당 1만원대까지 급락하면서 시장안정화(MSR) 조치의 하단을 이탈하는 사태가 발생, 개장 이후 최저거래 가격제한 제도가 새롭게 도입됐습니다.

가장 우려되는 대목은 잉여업체들의 이월을 위한 매도 물량 출회와 함께 경매시장에서도 공급우위로 연이어 유찰사태가 촉발하면서 수급 불균형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점인데요. 코로나19 사태 이후 배출권 가격하락이 본격화되자 정책당국은 2021년 2월부터 작년 5월까지 경매시장 휴장 조치를 단행했습니다. 이 결과 현물시장에서 추가적인 가격하락을 방어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투자자별 매매동향의 경우, 코로나19 사태를 중심으로 이전과 이후는 명확한 차이점을 가집니다. 코로나19 이전의 경우엔 전환부문의 매수우위와 산업부문의 매도우위 속에 현물시장을 중심으로 매매가 활발히 이뤄졌지만, 코로나19 이후에는 전환부문의 매수세가 경매시장으로 이탈했고 그 공백을 증권부문이 메꾸면서 산업부문의 매도물량을 흡수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전환부문의 매수세 약화와 산업부문의 매도세가 강화되면서 약보합 장세를 연출하고 있습니다. 공급우위속에 배출권 가격은 지난 22일, 톤당 1만2500원으로 연중 최저치를 경신했습니다. 작년 8월부터 산업부문의 누적 순매도 244만6000톤이 출회되면서 가격 하락을 이끌었고 이 물량을 증권부문에서 소화하고 있으나 반등을 기대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입니다. 산업부문의 고점 매도세와 증권부문의 저점 매수세가 톤당 1만2000원에서 톤당 1만5000원대의 박스권을 만들고 있습니다.



탄소배출권 현물시장의 관전 포인트는 산업부문의 공격인 매도 물량을 증권부문, 특히 시장조성자가 연이어 소화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예전에는 전환부문이 현물시장과 경매시장에서 동시에 부족분을 채워왔는데 최근에는 부족분 모두를 경매시장에서 메꾸고 있습니다.

이처럼 전환부문이 경매시장을 선호하게 되는 것은 대규모 물량 확보가 가능하다는 점과 경매시장 수급 상 공급우위에 따른 낙찰 하한가로 현물가격보다 낮은 가격대에서 매입이 가능하다는 점 때문입니다.

경매시장에서 응찰물량과 입찰물량 중 응찰물량이 작은 경우 공급우위로 낙찰 가격은 낙찰 하한가로 정해집니다. 이로 인해 현물시장 가격보다 낮게 매입할 수 있습니다. 경매시장에서 낮은 가격으로 낙찰 받은 후 현물시장에서 높은 가격에 매도하는 단기 매도차익거래가 가능합니다. 이러한 차익거래는 현물가격을 추가로 하락시키게 됩니다.

곧 10년차에 접어드는 시점에서 수급개선에 대한 준칙이 필요합니다. 여기서 준칙이라 함은 순간적이고 임시 방편적인 대응이 아니라 잉여·부족 발생 시 자동적으로 발동되는 실질적인 준칙을 의미합니다.

벤치마킹할 만한 조치는 유럽의 시장안정화 조치입니다. 적정 유통물량을 산정해 과부족 상황에 맞게끔 물량 통제로 가격 통제를 하고 있습니다. 최근 유럽 탄소배출권 가격의 급등세는 에너지가격 상승에도 원인이 있겠지만 공급감소(유통물량 축소)에 기인합니다.

수급 불균형의 심화는 가격 변동성을 확대시킵니다. 최근 가격하락을 방어하기 위한 근본적 처방은 배출권 공급 감소와 배출권 수요 증가입니다. 경기 리세션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수요 증진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단기적인 관점에서 공급 감소를 위해서는 경매시장 휴장으로 공급물량을 대폭 감소시켜야 합니다.

수급 불안과 관련해 시장에서 회자되고 있는 해법 중 하나로 이월제한 완화조치를 이야기하고 있는데, 계획기간 중간에 이월제도 변경을 단행할 경우 시장참가자들에게 많은 혼선을 야기시킬 수 있어 적절해 보이지 않습니다.

효과적인 이월정책은 배출권 할당과 연계돼야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할 수 있습니다. 제 4차 계획기간부터는 유상할당 비율이 10%면 잉여분에 대해서도 10% 이월을 허용하고, 만약 유상할당이 100%인 경우 잉여량 100%를 이월할 수 있게끔 유상비율과 연동해 이월을 허용해야 합니다. 무상할당 배출권에 대한 잉여량에 대해서 무제한 이월을 허용한다는 것은 매우 비상식적입니다.

지난 8일 기준 누적 경매 수익금 규모는 1조2272억입니다. 이 수익금 중 일부를 잉여물량 매입에 할애하는 것도 배출권시장 수급 개선과 함께 가격 안정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입니다. 결론은 탄소배출권 시장이 제대로 작동돼야 2050 탄소중립도 달성될 수 있단 것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김태선 NAMU EnR 대표이사 | Carbon Market Analyst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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