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3월 27일 16:32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글로벌 기관투자가(LP)들이 시장 환경 변화에 따라 포트폴리오에 대대적인 조정에 나서고 있다. 인플레이션 리스크 등을 감안했을 때 인프라 투자에 대한 관심을 늘리는 기관들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누빈자산운용은 27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글로벌 기관투자자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조사는 북미, 유럽, 중동, 아시아·태평양 지역 등에서 800여개 글로벌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매년 1회씩 이뤄진다. 운용 자산 규모가 최소 5억달러 이상인 기관을 대상으로 한다. 올해가 3회째다.
이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투자자의 58%가 포트폴리오 전략을 "적극적으로 재검토"(31%)하거나 "재정립 및 재분배"(27%)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보험사의 70%는 포트폴리오 전략을 "적극적으로 재검토", "재분배", "초기화"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마이크 페리 누빈 글로벌 클라이언트 그룹 헤드는 "기관투자가들은 보통 포트폴리오 변화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하는데도 이렇게 높은 비중으로 재검토한다는 응답이 나온 것은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이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48%가 "자본시장 예측 메커니즘을 재정립하고 있다"고 밝혔고, 38%는 "중대한 전술적 배분을 크게 변경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27%는 "전략적 자산 배분 방침에 근본적인 변화를 진행 중"이라고 답했다.
기관투자가들은 급격한 인플레이션과 극심한 시장 변동성, 전쟁, 기후 위기, 정치사회적 불안 등 불안정한 투자 환경을 예의주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향후 5년 동안 포트폴리오에 영향을 미칠 주요 메가트렌드로 '에너지 공급 교란'과 '인구통계학적 변동', '탈세계화'를 꼽았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투자자의 84%는 현재 세계가 극적인 변화를 겪고 있으며, 포트폴리오 전략 역시 이에 맞춰 나갈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77%는 지난 30년과 비교했을 때 현재의 지정학이 투자 전략에 미치는 영향이 특히 중요해졌다고 답했다.
아태지역 자산을 보유한 투자자의 67%는 현재의 투자 환경이 기존에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상황이라는 데에 동의한다고 응답했다. 현재 시장 환경에서 중대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한 아태지역 투자자의 62%는 적극적으로 포트폴리오의 재검토, 재정의, 재분배하거나 혹은 완전히 초기화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무엇보다 인플레이션 리스크 완화에 중점을 두는 투자자들이 많았다. 응답자의 64%가 인플레이션 리스크 완화에 나서고 있으며, 64%는 적어도 2년 이상 인플레이션 대응 전략을 시행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또 아태지역 연기금의 78%는 인플레이션 리스크 완화 전략을 도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답했다.
전 지역에 걸쳐 투자자들은 인플레이션 대비책의 일환으로 다양한 자산을 검토하고 있었다. 사모 인프라가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다. 그 외에도 상장주식, 원자재, 인플레이션 연계 채권, 사모 부동산 등이 상위권에 올랐다.
사모 시장에 대한 투자 비중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최근 공모 시장 밸류에이션의 악화로 포트폴리오의 균형이 사모 시장에 치우치고 있음에도 글로벌 투자자의 63%가 점진적으로, 8%가 적극적으로 향후 5년간 사모 자산 비중을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아태지역 투자자들의 절반 이상(54%)이 향후 12개월간 포트폴리오 유동성을 늘릴 계획이라고 답했고, 79%는 향후 5년간 사모 시장에 대한 비중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응답했다. 아태지역 보험사의 경우 무려 90%가 사모 시장 비중 확대를 고려중이라고 답했다.
대체투자에 대한 관심도 크게 올랐다. 2020년과 2021년 조사 때는 25~35%의 글로벌 투자자만이 주요 대체 자산군을 대상으로 투자 비중을 늘릴 계획이라고 답했는데, 2022년에는 그 비율이 43%~58%로 증가했다.
사모펀드는 대체투자 비중 확대를 계획 중인 아태 지역 투자자 중 62%가 향후 비중을 늘릴 계획이 있다고 답하면서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고, 인프라는 61%의 선택을 받아 그 뒤를 이었다. 또 54%의 투자자가 부동산을, 45%의 투자자가 사모신용을 대체투자 확대 시 투자 대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투자자들은 다양한 이유로 인프라 투자를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모 인프라는 인플레이션 리스크 완화를 위해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으며, 인프라 부채는 아태지역 투자자들이 대체 신용 자산에 투자할 때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자산 중 하나였다. 이와 더불어 인프라는 기후 리스크 전략을 고려하는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가장 우선시되는 자산이었다.
마이크 페리 헤드는 "투자자들은 수익률 증대, 기후 리스크 완화 뿐만 아니라 포트폴리오를 인플레이션으로부터 보호할 목적으로도 인프라에 눈을 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투자 결정을 내릴 때 고려하는 요소로는 기후리스크를 꼽았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현재(61%) 또는 향후(22%) 투자 결정을 내릴 때 기후 리스크를 고려하고 있거나 고려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아태 지역 투자자의 78%는 투자 결정을 내릴 때 환경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거나 고려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아태 지역 내 위와 같은 응답을 한 투자자의 67%는 임팩트 투자가 향후 몇 년 간 점점 더 중요한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는 데 동의했다.
에이미 오브라이언 누빈 책임투자 글로벌 헤드는 "새로운 친환경 에너지 기회에 대한 투자 증가, 탄소 배출량이 높은 기업이나 산업에 대한 투자 비중 감소, 그리고 기후 관련 정책 지원을 위한 경영진과의 적극적 협력 등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