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에서도 첫 자성론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주당은 헌법재판소로부터 민형배 의원의 ‘꼼수 탈당’, 국회 내 소수 의견을 존중하고 숙의할 수 있도록 한 안건조정위원회를 무력화시킨 일을 지적당했다”며 “국회 심의·표결권 침해에 대해 국민들께 깨끗하게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헌재 뜻을 존중한다는 것은 유리한 결론만 취사선택하는 게 아니라 우리의 잘못을 향한 지적도 수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헌재가 지난 23일 검수완박법에 대해 “심사 과정은 위법했지만 법 자체는 유효하다”는 판단을 내린 뒤 민주당에서 자성론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다만 이런 자성론은 소수 의견에 그치고 있다. 야권은 헌재 결정 이후 이를 공개적으로 지적한 한 장관에 대해 총공세를 폈다. 정순신 전 국가수사본부장 등의 인사 검증 부실, 시행령을 통한 검찰 수사권 확대 등에 더해 이번 권한쟁의 심판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것이다. 박 의원도 한 장관에 대해선 “검찰의 수사권 축소는 입법의 영역이고, ‘검수완박은 선을 넘은 것’이라고 말한 한 장관이야말로 선을 넘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한 장관을 탄핵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한 장관과 야당은 2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헌재 결정을 놓고 정면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기현 “헌재는 野 하수인”
국민의힘도 헌재 결정을 정치 쟁점화하고 있다. 김기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한 장관이 법무부 수장으로서 자격 상실이라는 뉴스에 아연실색할 지경”이라며 “(검수완박 입법 과정에서) 법치를 농락한 민주당은 입이 열 개라도 말할 자격이 없다”고 했다. 김 대표는 헌법재판관 9명 중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유남석·이석태·김기영·문형배·이미선 등 5명의 재판관이 민주당에 유리한 보은성 결정을 내렸다는 주장도 폈다. 그는 “검수완박법에 대한 헌재의 결정은 민변·우리법연구회·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들로 구성된 ‘유사 정당 카르텔’의 반헌법 궤변”이라고 했다.야당 내부에도 이번 논란의 불똥이 튀고 있다. 민주당 내 비이재명계의 대표주자인 박 의원의 공개 자성론이 지도부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서다. 헌재 결정 이후 ‘꼼수 탈당’을 주도한 민형배 무소속 의원의 복귀를 공개적으로 주장하는 박범계·박주민 의원 등에 대해선 민주당 내부에서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비명계 초선 의원은 “민주당이 야당인 이상 한 장관 공격은 불가피하지만, 헌재가 민주당의 검수완박 입법 과정이 잘못됐다고 지적한 것도 사실”이라며 “꼼수 탈당이라는 잘못을 저지른 민 의원을 지도부가 ‘개선장군’처럼 복당시킨다면 민심이 급격하게 악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