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종합부동산세 과세표준을 좌우하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지난해 60%에서 올해 80%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부에 따라 조세 불확실성이 커지는 것은 문제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정부 때 집값을 잡기 위해 무리하게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끌어올린 후폭풍이란 지적이 나온다.
24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기재부는 올 상반기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결정할 예정이다. 기재부는 지난해 종부세법 시행령을 바꿔 공정시장가액비율을 95%에서 60%로 낮췄다. 하지만 올해는 80%로 올리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종부세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가 2년 만에 35%포인트 낮아졌다가 다시 20%포인트 올라가는 것이다.
이 같은 ‘널뛰기’는 지난 정부의 부동산정책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은 2008년 도입 때부터 2018년까지 공시가격의 80%로 고정돼 있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집값을 잡겠다며 이 비율을 2019년 85%, 2020년 90%, 2021년 95%로 끌어올렸다.
문제는 지난해 집값이 급락하면서 시가가 공시가보다 낮아지는 아파트가 속출했다는 점이다. 집값은 떨어지는데 종부세는 올라가는 곳이 늘어나자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공정시장가액비율을 60%로 대폭 낮췄다.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국회에서 법률 개정을 통해 종부세를 낮추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시행령을 통해 손쉽게 바꿀 수 있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대폭 낮춘 것이다.
지난해는 세 부담 감소를 위한 ‘한시적’ 조치였던 만큼 올해는 ‘정상화’ 차원에서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올릴 필요가 있다는 게 정부 논리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올해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지난해보다 18.6% 떨어진 점도 정부가 공정시장가액비율 상향 조정을 검토하는 배경이다. 올해 부동산 보유세(재산세+종부세)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을 80%로 올리더라도 2020년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세수 전망이 악화하는 점도 정부의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 검토의 배경으로 거론된다. 지난 1월 국세 수입은 전년 동월 대비 10조원 넘게 줄었다. 지금 추세면 올해 ‘세수 펑크’가 날 우려가 있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높이면 부족한 세수를 일부 메울 수 있다.
하지만 종부세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가 2년 만에 고무줄처럼 왔다갔다하면서 납세자로선 혼란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많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올리더라도 한 번에 80%까지 가기보단 단계적으로 서서히 올려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정부의 조세 제도 변경은 정치적 목적을 배제하고 시장 충격을 줄이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또 공정시장가액비율 확정을 너무 늦춰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종부세 과세 대상 주택이 결정되는 기준은 6월 1일이다. 정부가 공정시장가액비율 확정을 늦출수록 주택 매수자와 매도자 모두 불완전한 정보에 기반해 주택 거래를 할 수밖에 없다.
■ 공정시장가액비율종합부동산세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다. 개인별 주택 공시가격 합계에서 기본공제금액을 뺀 금액에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곱하면 과세표준이 나온다. 과세표준에 종부세율을 적용하면 개인이 내야 할 종부세가 산출된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