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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은행 위기의 다음 ‘뇌관’이 8조달러(약 1경원) 규모의 에이전시 주택저당증권(MBS) 시장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실리콘밸리은행(SVB)을 파산시킨 국채와 에이전시 MBS가 여러모로 닮은 꼴이라는 분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SVB 파산 이후 미국 에이전시 MBS와 관련한 시장 불안이 커지고 있다”고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에이전시 MBS는 국책 주택담보대출(모기지) 업체인 프레디맥과 패니메이가 주택저당채권을 기초자산으로 발행한 수익증권이다. 국책기관이 발행 주체여서 국채만큼 안전한 투자처로 여겨지며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다.
하지만 SVB 파산 이후 에이전시 MBS도 시장의 걱정거리가 됐다고 WSJ는 전했다.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험은 거의 없지만, 국채처럼 금리 상승기 가격 하락 위험을 피할 수 없어서다.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일부 에이전시 MBS의 가격은 최근 몇 달 동안 15% 이상 떨어졌다.
은행 자산에서 에이전시 MBS가 차지하는 비중도 상당하다.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미국 은행의 자산에서 국채와 에이전시 MBS가 차지하는 비중은 12%에서 20%로 확대됐다. 은행별로는 찰스슈와브가 2367억달러, US뱅코프가 1129억달러어치의 에이전시 MBS를 보유하고 있다.
SVB는 예금 인출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보유 국채를 손해 보고 매각했다가 결국 폐쇄됐다. 다른 중소 은행들도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위기를 맞아 에이전시 MBS를 매입가 미만으로 헐값에 처분하다가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부동산시장도 변수다. 금융데이터회사 트렙에 따르면 미국 중소 은행이 상업용 부동산에 담보대출을 해준 액수는 2조3000억달러(약 3000조원)이고, 이 중 2700억달러(약 350조원)가 올해 만기를 맞는다. 원격근무 확대와 금리 상승으로 상업용 부동산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디폴트가 잇따르면 은행 건전성을 해칠 수 있다.
미국 주택시장도 위축세다. 미국의 지난 2월 기존주택 중간값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0.2% 하락한 36만3000달러였다. 미국의 집값이 전년 동기 대비 내린 것은 2012년 2월 이후 11년 만이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